걷는 만큼 가까워지는 세계

by 선율


여행은 수많은 길로 이어지지만
나는 걷기를 선택한다.


발로 느끼는 풍경,
몸으로 읽는 도시.
낯선 거리를 걸으며
나는 이곳의 공기 속에 스며 있는
삶의 흔적들을 흡수한다.


작은 골목의 벽돌빛,
낡은 간판의 글씨,
식당 문틈에서 흘러나오는 향기.
그것들은 모두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켜켜이 남은 자취다.
나는 그 흔적들을
내 호흡 속에 담아낸다.


낯선 꽃과 나무,
이국의 바람과 하늘은
내 감각을 흔들고
익숙함에 길든 나를 깨운다.
마치 속삭이듯,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도 이곳의 삶을 함께 숨 쉬고 있다”
말하는 듯하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달빛조차 다른 모양으로 다가온다.
그 빛은 내 세포에 스며들고
내 오래된 풍경을 새롭게 갈아엎는다.


낯설음이 나를 흔들 때,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난다.


걷는 만큼,
나는 가까워진다.
이국의 풍경과,
그 속에 새겨진 삶의 결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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