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다녀와야 비로소 여기가 보인다

by 선율

여행은 떠남이지만,

사실은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공간 속에 나를 잠시 맡겨두고,

익숙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이방인의 눈길 속에 나를 놓아본다.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내 안에 쌓였던 말들,

내가 미처 꺼내보지 못한 마음들,

묵은 감정들을

하나씩 천천히 정리하고 비워낸다.


익숙하지 않은 침대, 낯선 골목,

말이 통하지 않는 거리의 웃음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나를 더 또렷하게 마주친다.


그러고 나서

돌아온다.


늘 걷던 길,

늘 보던 창문,

늘 앉던 자리로 돌아와

낯설게 바라보는 일상의 얼굴들.


여행은 나를 바꾸지 않지만

내가 일상을 대하는 마음을 조금씩 바꾼다.


그래서 우리는

끝이 있는 여행을,

돌아감을 전제로 한 여정을

삶의 어느 순간마다

다시 떠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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