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있는 하루
하루가 저문다.
늦은 저녁,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피곤함이 어깨에 내려앉는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운동화 끈을 다시 조인다. 내 하루는 그렇게 끝을 향해 움직인다.
운동은 내게 위로의 언어다. 무언가를 해결하기보다, 그저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나는 운동을 선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오늘 있었던 일들도 땀과 함께 흘러나가는 기분이 든다. 억지로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시간. 그것이 나에겐 저녁 운동이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은 나른하고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샤워로 땀을 씻어내고 나면, 내 안의 긴장도 같이 씻겨 나가는 것 같다. 가끔은 맥주를 꺼내 들기도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어떤 날은 그런 날이 있다. 힘들었지만 잘 견뎠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누군가 대신 해주진 않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해줘야 할 것 같은 날. 그런 날엔 한 모금의 맥주가 작은 축배가 된다.
TV를 켜기도 하고, 유튜브를 틀어 먹방 영상을 본다. 누군가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달래준다. 혼자 있는 시간이 쓸쓸하지 않게 느껴지고, 마치 친구와 함께 늦은 저녁을 보내는 기분이 든다. 화면 속 누군가는 고기를 굽고, 누군가는 파스타를 끓이며, 나는 맥주잔을 들고 오늘 하루를 보내준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되는 위로, 꼭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기분. 내 방식으로 오늘을 보내주고, 내 방식으로 스스로를 안아주는 밤. 그것이 내 늦은 저녁이다.
삶이 매일 똑같을 순 없고, 매일 기운찰 수도 없다. 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였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늦은 저녁, 그 짧고 조용한 시간이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