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책 바코드로 찍고 대출반납하는 일 단순하고 편해 보여요. 저도 사서 하고 싶어요.”
“그래? 바코드로 찍었을 때 보이는 책 정보를 사서가 입력해야 해.”
“뭘 입력해요?”
“책 제목부터 저자, 출판사, 출판 연도, 쪽수, 크기 등 입력할 부분이 많아.”
“그건 금방 하지 않아요?”
“책 1권이면 금방 하겠지. 한 번에 200권 가까이 구입하니까 등록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 그리고 책마다 분류기호와 도서기호를 부여해야 해.”
“그건 어떻게 해요?”
“규칙이 있어. 규칙을 참고해서 해. 시스템에서 자동 생성되기도 하고.”
“재미없겠어요.”
학생과 언젠가 나눈 대화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이따금 있다. 질문하는 학생은 달라져도 대화 흐름과 학생이 하는 마지막 말은 거의 비슷하다. 재미없겠다. 지루하겠다. 꼼꼼해야겠다. 그렇다. 꼼꼼함이 필요하고 지루한 면도 있지만 학생들 생각과는 반대로 자료등록 작업은 재미있다. 책을 낱낱이 살펴보고 하나하나 입력하다 보면 그 책에 금세 정이 든다.
새로 들어온 책
도서관에 책이 들어오면 학교도서관업무지원시스템(DLS)에 등록한다. 등록한 책을 이용자가 검색, 대출, 반납한다. 등록 작업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학교도서관도 있지만 근무하는 학교도서관에서는 내가 작업한다.
자료등록을 할 때 DLS에서 복본검색을 한다. 책 뒷면 아래에 있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로 검색하여 다른 학교도서관이나 기관에 있는 서지정보를 복사한다. 복본 검색 결과가 없는 경우에는 직접 등록한다. 직접 등록하는 화면에는 여러 입력 칸이 있다. 필수 입력으로 분류기호, 도서기호, 정가, 서명, 저자, 출판사, 출판 연도, ISBN이 있다. 도서 구별과 이용자 검색 편이를 위해 필수 외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입력한다. 이용 대상자 주기, 검색 키워드, 발행지, 크기, 페이지 수, 판사항, 목차, 표지 이미지 등을 입력한다.
필수 입력인 분류기호는 한국십진분류법을 따르는데 이는 도서를 주제별로 0에서 9까지 10구분하여 아라비아 숫자로 변환한 기호이다. 한국십진분류법은 000 총류, 100 철학, 200 종교, 300 사회과학, 400 자연과학, 500 기술과학, 600 예술, 700 언어, 800 문학, 900 역사로 구분한다. 주제 안에서 다시 구분하는 세부 주제도 아라비아 숫자로 변환한다. 한국십진분류법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을 만난다.
분류기호를 아라비아 숫자로 세세하게 구분해도 같은 분류기호는 나온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 도서기호를 필수 입력한다. 도서기호를 부여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학교도서관에서는 대개 ‘리재철 한글순도서기호법’을 사용한다. 저자 성, 숫자로 기호화한 저자 이름, 서명 머리글자를 조합하는 방법이다. DLS에서는 도서기호가 자동 생성되어 도서기호법을 매번 참고하지는 않는다.
내가 책을 출간하면 저자명은 ‘시재’이다. 저자 성 ‘시’는 그대로 사용하고, 이름 ‘재’는 위 도서기호법에 따라 기호화한다. 자음기호에서 ㅈ은 ‘7’, 모음기호에서 ㅐ는 ‘3’을 나타냄을 확인한다. 따라서 저자기호는 ‘시’와 ‘7’과 ‘3’을 조합하여 ‘시73’이다. 출간한 책은 책 주제에 따라 분류기호를 부여하고 저자기호 ‘시73’과 서명 머리글자를 결합한 기호에 맞춰 서가에 꽂힌다.
DLS에 자료등록을 한 뒤 도서반 학생들과 장비작업을 한다. 문헌정보학 용어사전에 따르면 장비작업은 날인, 소장 표시, 레이블 부착, 북 포켓 부착, 청구기호의 기록, 북 카드의 작성 등을 포함하는 도서관 자료 정리의 한 과정이다. 장비작업에서 장비는 꾸밀 장(裝)과 갖출 비(備)를 쓴다. 책을 꾸미고 갖추는 과정이다.
장비작업에 필요한 용품
여러 명이 둘러앉아 한 명이 책에 장서인을 찍고 옆 학생에게 넘기면 그 친구는 측인을 책 윗면, 밑면, 옆면에 찍는다. 다음 학생은 등록인을 찍는다. 다음 학생은 띠 라벨과 청구기호를 붙이고, 다음 학생은 키퍼를 붙인다. 다음 학생은 등록인에 등록번호를 손으로 쓴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가내 수공업 시간이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책 한 권을 대출하기까지 성실하고 정성이 깃든 여러 손을 거친다. DLS에 책 등록을 할 때면 책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