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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재 Nov 06. 2021

혼자 뭐 하고 있나요? ⑤

글로 읽는 사서 브이로그_금요일

[글로 읽는 사서 브이로그]

“혼자 뭐 해요?”, “심심하겠다.” 참 많이 듣는 말이다. 혼자 일하는 학교도서관 사서는 심심하고 편해 보일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하는 까닭을 글로 담는다. 학교도서관 생활 일주일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

* 브이로그: 자신의 일상을 직접 찍은 동영상 콘텐츠(※다음한국어사전)


출근 08:30    

 

아침 시간 08:30~08:50(20)

  도서관 문을 여는 동시에 학생 1명이 “죄송해요. 반납이 늦었어요.”하고 책을 가져온다. 그러고 보니 연체 학생들에게 반납 독촉할 때이다. 11월 중순에 반납 독촉을 해야겠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들로 도서관 운영 준비를 한다. 손님맞이 전 집 청소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대출반납일력표를 변경하려고 달력을 본다. 학교도서관 사서가 되고 달력을 볼 때 오늘 날짜와 2주 뒤 날짜를 같이 보는 습관이 생겼다. 2주 뒤가 학교 재량휴업일이거나 공휴일이면 학교도서관업무지원시스템(DLS)에서 휴관일 설정을 한다. 2주 뒤 19일이 학교 재량휴업일이라서 11월 5일 오늘 대출한 책 반납예정일은 11월 22일로 변경된다.   

  

쉬는 시간(10)

  학생 1명이 반납함에 넣은 책 3권이 반납됐는지 물어본다. 조회하니 미반납 상태이다. 이는 시스템 문제이거나 내가 실수했거나 학생이 착각하는 경우이다. 도서관에서 다시 찾아볼 테니 너도 한번 교실이나 집에서 다시 찾아보자고 말한다. 시간을 두고 잘 살피면 어디서든 대부분 찾는다. 찾아보니 1권은 서가에 꽂혀있고 2권은 도서관에 없다. 

  다른 학생 1명은 시험 끝나고 많이 많이 들린다는 말을 남기고 책 한 권을 빌려 간다.

    

1교시 09:00~09:45(45)

  오늘 할 일을 확인하고 우편물을 가져온다. 오늘은 도서관 이용 수업이 세 시간 있는 날이다. 도서관 이용 수업이 있을 때면 책이 순식간에 쌓인다. 책수레에 있는 책을 비울 수 있을 만큼 비워 둔다. 소독과 배가하면서 1교시를 보낸다.     


쉬는 시간(10)

  도서반 학생이 책 반납하러 왔다가 쌓여 있는 책을 보고 도와준다.      


2교시 09:55~10:40(45)

  도서관 이용 수업 시간이다. 독서 시간인 학급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 1권을 지정하여 대출하게 하고, 이 밖에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찾아 읽으라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평균 두세 시간은 도서관 이용 수업이 있었다. 코로나 이후는 온라인 등교 주간도 있고, 코로나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도서관 이용이 많이 제한된 이유로 도서관 이용 수업이 줄었다.

  도서관 이용 수업을 하는 선생님 따라 도서 대출 방식이 다르다. 선생님이 지정한 책을 학생들 개인이 대출하기,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고르고 대출하기, 지정한 책을 한 바구니에 넣어 수업 시간에만 읽기, 반납예정일에 맞춰 반납하거나 연장하는 도서 대출 습관 길러 주기, 장기 대출하기 등등 다양하다.

  2교시 수업 선생님은 지정한 책을 학생 개인이 대출하게 한다. 학생들이 대출반납대에 줄지어 서 있다. 선생님은 지난 수업에 대출한 책 중에서 미반납 학생을 찾아 반납 독촉하고, 오늘 책을 대출하지 않은 학생들을 찾아 대출반납대에 데리고 온다. 미반납 명단과 오늘 대출한 명단을 조회해야 한다.

  수업용 도서로 대출한 책이 다른 친구와 바뀌는 일도 있다. 같은 책이 여러 권 있으니 서명만 보고는 구분이 어렵다. 서로 책이 바뀌면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온다. 그럴 때면 학생 한 명씩 조회해 대출한 책 등록번호를 확인한다. 같은 서명이라도 등록번호가 다르다. 어수선한 가운데 책을 찾는 학생이 있으면 서가에 갔다가 대출하는 학생이 있으면 대출반납대에 왔다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쉬는 시간(10)

  2교시 전 쉬는 시간에 왔던 도서반 학생이 다시 와서 일을 도와준다.   

  

3교시 10:50~11:35(45)

  점심 먹고 와서 4교시 도서관 이용 수업에 필요한 책 29권을 준비한다.    

   

쉬는 시간(10)

  도서반 학생이 또 와서 일을 도와주고 간다. 4교시 도서관 이용하는 학급 학생들이 미리 책을 대출하러 들어온다.     


4교시 11:45~12:30(45)

  학생들에게 책을 대출해 주면서, 책 검색을 돕는다. 추리 소설을 찾는 학생,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 학생, 특정 작가 책을 찾는 학생 등 다양하다. 도서관 이용 수업이 있으면 정리할 책이 많고 책 검색도 도와줘야 해서 바쁘지만 활기찬 도서관 분위기가 좋다. 학생들이 도서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 꺼내 보니 잠들어 있던 책들도 깨어난다.     

 

점심시간 12:30~13:20(50)

  도서반 봉사 학생들과 학급문고 작업을 완료한다. 오늘은 도서관에 온 학생들이 얼마 없는 편이다. 도서관을 찾은 선생님 1명과 여유 있게 대화도 한다. 바삐 보낸 오전을 보답받은 느낌이다.

작업 완료한 학급 문고용 도서


5교시 13:20~14:05(45)

  작업 완료한 학급문고를 학급별로 정리하고 도서 목록과 권수를 한 번 더 본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머물다 간 곳을 정돈한다. 도서 정리·보수 물품을 구입할 때가 되어 남은 물품들을 확인한다.      

 

쉬는 시간(10)

  6교시 도서관 이용 수업 학급 학생들이 미리 와서 지정 책을 대출한다. 수업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손 소독을 하고 입장하게 하는데, 먼저 온 학생이 나를 도와서 손 소독을 하라고 외친다. 목소리 큰 학생이 있으면 좋다. 고마워서 사탕 2개를 줬더니 “나이스~”한다.   

   

6교시 14:15~15:00(45)

  2, 4, 6교시가 같은 선생님이라서 대출 방식이 같다. 오전처럼 대출해주고 책 검색을 돕는다. 6교시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도서관 이용 수업에 필요한 책 준비가 식사 준비라면 수업이 끝난 뒤 책 정리는 설거지이다. 한 끼 식사 뒤 설거지를 미루면 다음 식사 준비가 불편하다. 쌓여있는 그릇들 틈에서 식재료를 손질하고 조리도구를 사용하기는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다. 밥을 두세 그릇 먹는 학생이 있듯이 책을 두세 권씩 읽는 학생도 있다. 그럴수록 설거지 양은 늘어난다. 오늘 세 시간 수업이 있었으니 세 끼 식사를 차렸고 세 번 설거지했다. 

   

방과 후 15:00~16:30(90)

  청소 담당 학생이 와서 청소하고, 반납하는 학생들이 다녀간다. 오전에 반납함에 넣은 책 3권을 확인했던 학생이 다시 왔다. 2권을 교실에서 찾았단다. 1권은 도서관에서 찾았으니 3권 모두 반납 처리했다. 역시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 다행이다.

  정리하던 반납 책 다섯 권이 발에 떨어졌다. 그중 양장본이 있었는데, 양장본이 떨어지면 상당히 아프다. 한 번씩 책에 발을 찧거나 종이에 손가락을 베인다. 도서관 수업이 있었던 날이라 도서관에서 읽다가 만 책, 제목에 끌려 서가에서 한번 꺼내 본 책, 책 위치를 정확히 몰라 옆에 그냥 둔 책들이 많다. 서가 전체를 돌며 바로 잡는다. 배가하지 못한 책들이 산더미인데 손목이 아파서 더 이상 정리를 못 하겠다고 생각할 즈음 선생님 1명이 들어온다. 대출해 간 DVD가 재생되지 않는단다. 도서관 데스크톱에서는 재생이 되는데 교직원용 노트북에서 간혹 재생되지 않는다. 이런 DVD가 점점 늘어나서 고민이다.

  복본도서 엑셀 파일에 새로 들어온 책을 추가한다. 간단한 책 소개와 권수를 입력해두면 수업활용도서를 찾는 선생님에게 유용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15분이 조금 넘었다. 오후 3시부터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교과 수업은 아니고 외부 강사가 와서 하는 소규모 강의이다. 다른 부서에서 운영하는 강의인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 도서관을 이용한다.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며 이번 주 했던 일 중 놓친 일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 물품 구입 품의를 올리려다 학생들이 몰려와 못했다. 다음 주에 해야겠다.     


퇴근 16:30               





  도서관 생활 일주일을 글로 쓰고 보니 두서없다. 도서관 업무가 그렇다. 두서없다. 이 일 하다가 저 일 하고, 학생들이 사방팔방에서 찾고, 날마다 같은 듯 다르다. 꼭 집안일 같다. 했을 땐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 나는 집안일. 사서는 집안일을 돌보듯 도서관 살림을 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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