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재 Nov 03. 2021

혼자 뭐 하고 있나요? ③

글로 읽는 사서 브이로그_수요일

[글로 읽는 사서 브이로그]

“혼자 뭐 해요?”, “심심하겠다.” 참 많이 듣는 말이다. 혼자 일하는 학교도서관 사서는 심심하고 편해 보일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하는 까닭을 글로 담는다. 학교도서관 생활 일주일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

* 브이로그: 자신의 일상을 직접 찍은 동영상 콘텐츠(※다음한국어사전)


출근 08:30

     

아침 시간 08:30~08:50(20)

  아침 시간에는 언제나 같은 일을 한다. 도서관 환기, 대출반납일력표 변경, 소독, 정돈, 반납함 도서 반납 처리, 업무포털 확인, 오늘 할 일을 확인한다.

      

쉬는 시간(10)

  10월에 책 읽고 감상문 쓰기 행사에 참여했던 학생 1명이 감상문을 제출하고, 상품을 받아 간다. 상품은 담요와 작은 과자 1봉지이다.

      

1교시 09:00~09:45(45)

  복본도서 서가를 재배열한다. 복본도서는 같은 책이 2권 이상일 때 원본 외 책들을 말한다. 학교도서관은 동일한 책을 읽고 활동하는 수업이 있어서 복본도서가 많다. 복본도서를 관리하는 사서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복본도서를 청구기호 순으로 배열한다. 청구기호는 책등 아래에 붙어있는 기호이다.

  청구기호 ‘813.6 강52’ 복본 30권과 ‘813.6 박76’ 복본 30권이 나란히 있는데, ‘813.6 나27’ 복본 30권을 구입하면 이미 배열된 ‘강52’와 ‘박76’ 사이에 ‘나27’ 복본을 꽂는다. ‘나27’ 30권을 꽂으려면 ‘박76’ 30권과 이 뒤에 있는 모든 책을 차례대로 옮겨야 한다.

  지난달에 ‘160 김56ㅇ’ 30권, ‘811.6 윤25ㅇ’ 15권, ‘814.6 안55ㅊ’ 15권, ‘813.8 안25ㅇ’ 15권을 구입했다. 옮겨야 할 책들이 많다.          

복본도서 서가
'118 김331ㄴ'과 '180 선62ㅈ' 사이가 '160 김56ㅇ' 30권이 들어갈 위치


쉬는 시간(10)

  학생들이 책을 대출해서 간다.

     

2교시 09:55~10:40(45)

  책 먼지를 닦으며 복본도서 서가 재배열 작업을 이어서 한다.

      

쉬는 시간(10)

  반납도서가 들어온다.

     

3교시 10:50~11:35(45)

  함께 점심 먹은 선생님들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들어 온다. 도서관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때 대부분 듣는다.

    

쉬는 시간(10)

  대출반납하는 학생들이 다녀간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학생이 도서관 문 앞에서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하고 그냥 간다. 또 다른 학생은 스포츠 수업하기 전에 배고프니까 도서관에 챙겨둔 자기 간식을 먹고 간다.     

 

4교시 11:45~12:30(45)

  투명 필름 필사를 끝내고 다른 방식 필사를 준비한다.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문장을 3번 반복해서 따라 쓰게 한다. 문장을 발췌하여 인쇄하고 상품으로 문구류를 갖춘다.

    

점심시간 12:30~13:20(50)

  도서반 학생들은 한 학기에 7번 봉사한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스스로 일정을 조정해서 7번 횟수를 채우면 된다. 3학년 학생 중 두 명은 횟수를 다 채웠는데도 계속 봉사를 온다. “오늘 할 일 있어요?”, “교실에서도 어차피 할 일이 없어요.”하며 일을 도와준다. 고맙다.

  어제 인쇄한 ‘학급문고-읽은 후 제자리에’ 라벨을 책 표지 아래에 붙인다. 도서반 1학년 학생 세 명이 더 와서 다섯 명이 라벨을 붙인다. 라벨 위에 키퍼를 덧붙인다. 키퍼는 라벨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 투명 테이프와 다르게 변색이 되지 않고 붙였다 떼기가 쉽다.

  라벨과 키퍼 붙이는 작업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끝난다.        

라벨 위에 덧붙이는 키퍼


5교시 13:20~14:05(45)

  도서반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가고 키퍼 부착 작업을 이어서 한다. 75권 남았다. 부착을 끝낸 뒤 점심시간에 반납된 도서들을 서가별로 분류하고, 소독한다. 소독용 휴지로 문손잡이를 닦고, 책상을 닦는다. 소독. 소독. 코로나 이후 할 일이 늘었다.

  조용한 곳이 필요해서 도서관을 찾는 선생님이 있다. 도서관에 수업이 없을 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선생님 1명이 도서관 안쪽에 자리를 잡고 일한다.

     

쉬는 시간(10)

  아무도 오지 않은 쉬는 시간이다.     


6교시 14:15~15:00(45)

  자가대출반납기를 조만간 구입할 예정이다. 공공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인대출반납기다. 지난주부터 여러 업체 기기를 비교하고 있는데 그중 한 업체 담당자가 도서관을 방문한다. 15분 정도 기기 설명을 듣고 예상 견적서를 받는다. 담당자가 돌아가고 다른 업체 기기 가격, 성능, 장단점 등을 비교한다.      

  

방과 후 15:00~16:30(90)

  일주일에 두 번 도서관 청소하는 학생이 온다. 청소해야 할 곳을 알려주고, 반납되는 책들을 반납 처리한다. 청소를 끝낸 학생들이 나가고 반납하는 학생도 없고, 오후 3시 25분부터 도서관이 조용하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학교는 참으로 조용하다.

  반납하면서 빼둔 훼손 도서를 보수한다. 보수용 테이프로 찢어진 곳을 붙인다. 책 모서리용 테이프도 있다. 책 8권을 보수하고 배가한다. 배가하면서 발견하는 잘못 꽂힌 책들은 제자리를 찾아주고 삐져나온 책들은 집어넣는다.

  어질러진 부분을 정돈하고 오늘 업무를 마무리한다.        

모서리 보호 보수 키퍼

퇴근 16:30

이전 09화 혼자 뭐 하고 있나요? 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