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뭐 해요?”, “심심하겠다.” 참 많이 듣는 말이다. 혼자 일하는 학교도서관 사서는 심심하고 편해 보일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하는 까닭을 글로 담는다. 학교도서관 생활 일주일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
* 브이로그: 자신의 일상을 직접 찍은 동영상 콘텐츠(※다음한국어사전)
◦ 출근 08:30
◦ 아침 시간 08:30~08:50(20분)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도서관 환기를 한다. 도서 대출일과 반납일을 알리는 대출반납일력표를 오늘 날짜에 맞게 바꾸고, 도서 반납함에 있는 책들을 꺼내 반납 처리한다. 문손잡이, 책 소독기 손잡이, 대출반납대, 책상 등 학생들 손이 잘 닿는 곳을 소독한다. 도서관 전체를 둘러보며 어질러진 곳을 정돈한다.
◦ 쉬는 시간(10분)
자리에 앉아 업무용 포털에서 공문과 메일을 확인한다.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대출하러 온다. 이번 주 첫 대출 책은 《미움받을 용기》(저자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이다.
◦ 1교시 09:00~09:45(45분)
환기하려고 열어둔 창문을 다 닫고 블라인드를 내린다. 가을이면 햇살이 서가에 길게 들어와 책이 바래지기 때문에 이 계절에는 블라인드를 내린다. 교직원 업무용 메신저로 책 검색 요청 메시지가 온다. 찾는 책이 도서관에 없다고 답장할 때면 마음이 괜히 불편하다. 불편한 마음으로 “아ㅠㅠ 그 책은 없습니다.”하고 보낸다. 도서관 문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쓰고 있는 카카오톡 채널에 로그인한다. 주로 묻는 내용은 책 검색, 반납일, 연장, 대출증 번호 확인이다. 카카오톡 채널 답변을 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한다.
2층 교무실에 가서 정기 간행물과 우편물을 가져온다. 올해는 정기 간행물 6종을 구독했다. 가지고 온 정기 간행물에 학교도서관 도장을 찍고 수령 확인표에 표시한다. 청소년에게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 빠르게 훑어보고 정기 간행물 서가에 꽂는다. 소독 휴지를 다 써서 보건실에 가서 받아온다. 1교시가 끝난다.
◦ 쉬는 시간(10분)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드는 학생이 온다. 들어와서는 급식 식단표를 바꿔야 한단다. 맞다. 11월 1일이지. 도서관에서 책 검색 못지않게 많이 듣는 질문은 “오늘 점심 뭐 나와요?”이다. 그래서 서가 벽면에 급식 식단표를 붙여 둔다. 급하게 11월 급식 식단표를 인쇄해 붙인다.
◦ 2교시 09:55~10:40(45분)
지난주 금요일에 반납된 책들을 정리한다. 반납된 책들은 서가 위치 따라 신착도서, 권장도서, 비치도서, 복본도서들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 훼손된 책들은 빼 둔다.
올해는 대출 활성을 위해 달마다 색깔을 정하고 그 색과 같은 표지 책을 눈에 띄는 곳에 꽂아두고 있다. 학생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나 대출이 잘 안되는 책들을 색깔별로 모아두면 관심을 두고 책을 대출한다. 이번에는 단풍과 어울리는 빨간색 책들을 뽑는다.
색깔 책장
◦ 쉬는 시간(10분)
수업에 활용한 도서가 반납된다. 조금 전까지 반납 처리한 책들을 정리했는데, 한 학급이 반납했으니 29권이 순식간에 쌓인다.
◦ 3교시 10:50~11:35(45분)
점심시간 행사 준비를 한다. 2학기부터 달마다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책을 선별한 뒤 필사를 하고 있다. 이번 달 책은 《책만 보는 바보》(저자 안소영)이다. 책 소개, 행사 안내, 발췌문, 참여 상품들을 준비한다. 지난달에 했던 책들을 서가 제 자리에 꽂다 보니 3교시가 끝난다.
◦ 쉬는 시간(10분)
책을 반납하러 학생이 온다. 옷을 얇게 입고 와서 춥다고 말하고 간다.
◦ 4교시 11:45~12:30(45분)
점심을 먹고 와서 3교시에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한다. 학생들보다 점심을 먼저 먹어야 점심시간에 도서관 문을 열 수 있다.
◦ 점심시간 12:30~13:20(50분)
가장 바쁜 시간으로 봉사 학생 관리 지원, 대출반납, 행사 안내를 한다.
동아리 도서반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봉사를 온다. 오늘은 학급 문고용으로 산 도서 정리 작업을 한다. 250권을 상자에서 꺼내고 책 띠지를 제거한다. 책마다 학교 소장임을 알리는 도장을 찍는다. 또 다른 봉사 학생들은 반납된 책들을 소독하고 서가에 꽂는다.
이 가운데 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대출반납을 한다. 중간중간 책을 찾거나 다른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냥 도서관에 놀러 와서 이야기만 하고 가는 학생도 있다. 이 일들은 차례대로 하는 일이 아니고 동시다발로 해야 하는 일이다.
◦ 5교시 13:20~14:05(45분)
점심시간 뒤에는 어질러진 부분들이 많다. 책 정리, 책걸상 배열, 소독, 환기하고 나면 20분이 훌쩍 지난다. 10분 정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
지난주에 새로 들어온 책 등록 작업을 완료했기에 신착도서 안내를 한다. 학교 홈페이지에 구입한 자료 목록을 올리고, 신착도서 소개 자료를 만든다.
◦ 쉬는 시간(10분)
학생 한 명이 뛰어 들어오며 “이것 좀 맡아 주세요. 내일 찾아갈게요.” 하며 단풍잎을 건넨다. 아주 작고 예쁜 단풍잎이다.
학생이 맡기고 간 단풍잎
◦ 6교시 14:15~15:00(45분)
5교시에 하던 신착도서 소개 자료를 이어서 만든다. 도서관에 컬러 프린터가 없어 다른 교무실에 있는 선생님에게 부탁해야 한다. 컬러 인쇄를 하고 코팅한 뒤 도서관 입구에 게시한다.
◦ 방과 후 15:00~16:30(90분)
도서 반납이 많을 때이다. 종례를 한 학생들이 몰려와 반납한다. 반납 처리하는 바코드 소리가 15분가량 들린다. 방과 후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도서관이 독서실이 되는 시간이다.
오늘은 오후 3시 30분부터 교직원 연수가 있는 날이다. 교직원 연수를 다녀오니 오후 4시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