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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재 Sep 29. 2021

'시'가 무르익는 밤

반딧불이 독서 체험

  바스락바스락 팔락.

  고요하다. 어둠 속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독서등으로 책 읽기


  5년 전 어둠 속에서 독서등을 켜고, 오로지 책 읽기에만 집중하는 독서 체험을 진행했다. 그 모습은 어두운 밤에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를 닮았다. 다른 부서에서 학생 30명을 모집하여 1박 2일 교내 체육관 캠핑 행사를 기획했고, 그 가운데 저녁 두 시간은 도서관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캠핑 묘미인 모닥불을 대신해 독서등으로 밤을 밝혔고, ‘시’를 노래했다.


  독서 담당 ㅂ선생님과 ‘시’를 주제로 다음 계획을 세웠다.

  첫째, 어둠 속에서 독서등으로 시집 읽기

  둘째, 시 낭송하기

  셋째, 시를 노래로 배우기

    

  도서관 행사 두 시간은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라서 유의할 안전 사항이 많았고, 다른 부서 주최였지만 학생 안전 관리 인력을 위해 ㅂ선생님과 학교에서 1박을 했다. 꼼꼼하게 애쓸 부분이 여러모로 많은 캠핑 행사였다.


  해가 질 무렵 체육관 불을 다 끄고, 학생들에게 독서등 1개와 시집 1권을 주었다. 학생들은 40분 동안 집중하여 독서등에 의존한 채 시를 읽어 나갔다. 조용한 체육관에서 들리는 소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뿐이었다. 바스락바스락 팔락. 집중이 약한 학생들 몇몇이 보였지만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대부분 곧잘 따라왔다. 시집을 읽은 뒤 저마다 마음에 드는 시를 낭송했고, 고요하고 드넓은 체육관에는 고운 시율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체육관 불을 켜고 시를 노래했다. 노래할 시는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부가 지은 책 《삶의 시 삶의 노래》(나라말, 2004)에서 김소월 시 〈진달래꽃〉, 김소월 시 〈엄마야 누나야〉, 고은 시 〈등대지기〉, 안치환 노래 〈내가 만일〉, 패닉 노래 〈달팽이〉를 발췌했다.

  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선생님 도움으로 기타리스트를 섭외했고 기타리스트는 시와 노래를 한 소절 한 소절 읊으며 노래했다. 체육관은 함께 따라 부르는 학생들 노랫소리와 기타 소리로 가득 찼고, 우리는 그렇게 밤을 맞이했다.    

  

  학생들을 위한 밤 행사였지만, 나 역시 기억에 남는 밤이다.

  혹시나 하는 안전사고 걱정에 긴장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ㅂ선생님과 학교 휴게실에 누웠다. 학교도서관 사서 면접 때 면접관이었던 동갑내기 국어 선생님. 학교 근무가 처음인 나에게 방향을 잘 잡아주고, 많은 도움을 준 선생님이다.

  안치환 노래 〈내가 만일〉에서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내겐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끌어와 말하자면 ㅂ선생님과 함께 행사를 진행함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느낀 밤이었다.

  

  반딧불이는 생태 환경이 잘 보존된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반딧불이 독서 체험이 오염 없는 순수한 ‘시’ 감성으로 물든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형설지공(螢雪之功)에는 진나라 차윤이 반딧불이 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유래가 있다. 그날 밤 독서등으로 책 읽는 모든 학생이 차윤이었고, 함께한 모든 관계가 단단하게 무르익었기를 바란다.

  시 같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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