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카페 주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들어왔고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나도 모르게 흥분에 가슴이 설렜다. 두 손을 무릎 위에 놓고 똑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들이 조율을 시작하자 공연장이 단 하나의 소리로 가득 찼다. 내가 이제까지 들어본 중에서 가장 생생한, 3차원적인 소리였다. 솜털이 바짝 서고 숨이 턱 밑에 찼다.
지휘자가 앞으로 나와 단상을 두 번 톡톡 두드리자 거대한 침묵이 내리깔렸다. 그 정적이 느껴졌다. 한껏 기대에 차 있는 객석이 느껴졌다. 그때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리자 갑자기 만물이 순전한 소리가 되었다. 음악이 실체가 있는 사물처럼 느껴졌다. 음악은 내 귀에만 머물지 않았고, 온몸을 타고 나를 에워싸고 흐르며 온 감각이 공명하게 했다.
클래식 음악이 주는 기적
어느 날 비 오는 날이었는데 차가 막혀서 한 시간 넘게 차 안에 있어야 했고, 광고주 부장급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이미 늦은 상태였어요. 패닉이었죠. 100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는 움직이지 않는 상황. 말 그대로 미치겠더라고요. 그런데 CD에서 가야금 캐논이 흘러나왔어요. 흐르는 선율에 맞춰서 빗방울이 보닛 위로 떨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한 곡이 끝나면 다시 성질이 나다가 다음 곡이 나오면 또 잠잠해지고. 제가 들어본 가야금 연주 중 최고를 발견했죠.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캐논을 들어보자 하고 각각 다른 버전으로 들려줬어요. 집에 총 네 장의 캐논 앨범이 있었는데, 그중 가야금 캐논을 듣자 애가 갑자기 말이 없어져요. 그리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탁 하고 물을 잠그더군요. 가족이 모여 앉아 5분 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음악을 들었어요. 보배로운 순간을 또 한 번 경험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