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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재 Apr 24. 2021

벼락치기 행사

세계 책의 날 기념

  책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은 마치 생일 같은 기념일이다. 독서, 출판, 저작권 보호의 촉진을 목적으로 유네스코에 의해 제정된 이 기념일은 셰익스피어 사망일이기도 하다.


  매년 4월이면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로 분주하다. 아니 3월부터 마음이 급하다. 4월 23일은 중학교 중간고사가 다가오는 시기라 행사 참여도가 낮다. 행사 참여도를 높이고 새 학기 도서관 홍보를 위해서 4월 초 진행이 여러모로 좋다. 4월 초 행사 진행을 하려면 3월 말까지는 운영 계획안이 나와야 한다.


  새 학년 새 학기인 3월 학교는 휘몰아치는 서곡이다.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자료실지원센터 업무지원시스템(DLS)에 새 학년도에 맞춰 환경설정을 변경한다. DLS는 Digital Library System 약자로 학교도서관 대출반납과 소장자료 정보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학기 초에 이 DLS에서 대출증 번호 체계 설정, 휴관일 설정, 진급처리를 한다. 진급처리에서는 졸업생 삭제, 재학생 진급, 신입생 등록을 한다. 코로나19 이후 구축한 전자도서관에도 졸업생 삭제 및 신입생 등록을 해야 한다. 학생들 이름, 학번, 대출 이력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는 필수다.


  이 밖에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조직, 학교도서관 월별 세부 운영 계획 수립, 학부모 독서 동아리 모집 지원, 도서부 학생 선발 지원, 학교도서관 이용 안내, 학급문고 배부, 도서관 환경 정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문의 전화가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겨를 없이 일에 쫓기다 보면 3월 셋째 주에 다다른다. 이제 본격적인 도서관 활성을 위해 대출 권 수만큼 사탕을 주는 가벼운 행사로 도서 대출을 시작한다. 아직은 사탕 1개도 좋을 나이라 반응이 꽤 좋다. 이렇게 일주일이 또 흘러간다.


  이제 정말 3월 마지막 주이다. 세계 책의 날 행사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해마다 진행하는 행사라 기본 틀은 있지만 기안 상신, 지출 품의, 물품 구매, 재료 준비까지 하려면 시간이 넉넉하지만은 않다.


  세계 책의 날 행사는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고, 선생님들도 관심 가질만한 내용을 포함한 계획이 좋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진행할 수 없었지만 ‘책 속 주인공 닮은 선생님 찾기’와 같은 활동이 관심도가 높다. 책 표지에 주인공 묘사가 잘 된 책을 스캔하여 인쇄한다. 학생들은 인쇄한 책 표지를 보고 떠오르는 선생님을 찾아 그 아래에 선생님 성함을 적는다. 가장 많은 성함이 나온 선생님에게는 간식을 드린다. 이와 유사하게 ‘세계 문학인 닮은 선생님 찾기’로 진행하기도 했다.

책 속 주인공 닮은 선생님 찾기
세계 문학인 닮은 선생님 찾기

  8년째 고정으로 진행하는 활동은 독서 편지 쓰기이다. 친구나 선생님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이유가 담긴 편지를 쓴다. 그 편지는 추천 책, 비누 장미와 함께 도서부원이 배달한다. 비누 장미는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에서 유래된 4월 23일 의미를 담아서 준비했다.  

독서 편지 쓰기

  독서 편지 쓰기는 점심시간에 진행하는 행사이고, 글쓰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으므로 편지를 쓸 수 있는 양은 A4 반쪽으로 한다. 올해는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축소 운영했다. 4월 23일을 기념하여 하루 23명까지 선착순으로 이틀만 진행했다. 물론 방역 수칙은 철저하게 지켰다. 코로나 이전에는 권장 도서 제목으로 맞추는 가로세로 낱말 퍼즐, 책 제목 끝말잇기, 책 속 문장 손글씨 쓰기, 북 퀴즈, 초성으로 책 찾기, 도서 분류별 책 찾기, 대출증 만들기로 도서관이 놀이공원을 방불케 할 만큼 북적였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세계 책의 날 행사는 가장 바쁜 시기에 준비하고 진행해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이 벚꽃 꽃말은 중간고사다고 하는데, 시험은 벼락치기가 역시 제맛인가.

  벚꽃 피는 계절, 올해도 벼락치기로 세계 책의 날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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