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관 견학'과 '윤동주 시로 랩 하기'
<종달새>
윤동주
종달새는 이른 봄날
질디진 거리의 뒷골목이
싫더라
명랑한 봄 하늘
가벼운 두 나래를 펴서
요염한 봄 노래가
좋더라
- 윤동주 시 <종달새> 일부
이 시에서는 저항 시인 윤동주가 답답한 현실인 ‘질디진 거리의 뒷골목’과 대조되는 자유로운 종달새의 ‘명랑한 봄 하늘’을 말하고 있다. 그 시대에 그토록 바랐던 봄을 오늘날 쉬이 받아들여도 될까.
맑은 봄 하늘을 보면 한 번씩 시인 윤동주가 쓴 종달새가 떠오른다.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던 2017년에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윤동주를 주제로 독서문화 체험활동을 운영했다. 때마침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방송한 역사 특집 위대한 유산이 몇 달째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당시 독서 담당 ㅂ선생님과 함께 독서문화 체험활동 운영 계획을 세웠다. 큰 줄기는 '윤동주 문학관 견학'과 '윤동주 시로 랩 하기'였다.
중학생들에게 단순 문학관 견학은 흥미를 끌지 못한다. 문학관 견학 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시인 윤동주와 연결하면서 학생들이 좋아할 활동은 무엇일지 ㅂ선생님과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다. 우리는 윤동주 시 <자화상>에서 착안해 자기 자신 사진을 직접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을 찾아냈고, 일제강점기에 조성했다는 통인시장에 가기로 최종안을 냈다.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는 외부 활동은 이동 거리, 이동 시간, 이동 수단, 교통비, 안전 사항, 외부 활동 참가 동의서, 사전 읽기 자료 준비 등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참가 희망 학생 14명을 모집하고 우린 2017 가을날 윤동주 문학관으로 갔다. 윤동주 문학관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있다. 문학관 소개에 따르면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서 하숙 생활을 하였는데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등 대표작들이 바로 이 시기에 쓰였다. 윤동주를 기억하고자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의미 있게 변모해 문학관 문을 열었다고 한다.(윤동주 문학관 소개)
지하철을 한 번 환승하고 버스로 갈아타서 도착한 문학관은 명랑한 봄 하늘 못지않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있었다. 종달새처럼 자유롭게 견학하던 학생들은 물탱크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엄숙해졌다. 원형 그대로 보존된 물탱크 안에서는 시인 윤동주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두운 물탱크는 종달새가 싫어했던 질디진 거리의 뒷골목을 연상케 했다.
문학관 견학을 마치고 종로구 계동에 있는 정통 흑백 사진관으로 이동했다. 학생들에게 윤동주 시 <자화상>을 소개하고, 학생들은 자화상을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사진관에서 촬영하는 자화상 작업은 카메라가 설치된 스튜디오에 홀로 들어간다. 혼자만 있는 장소에서 거울 속 ‘나’를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거울에 비친 나를 깊이 바라보고,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는 체험이다. 흑백으로 나온 자기 사진을 본 학생들 느낌은 어땠을까. 흑백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변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시인 윤동주 정신을 잠시나마 느꼈을까.
이어서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으로 갔다.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효자동 인근에 사는 일본인들을 위한 공설 시장으로 조성된 것이 시초이다.(다음 백과) 통인시장 근방에는 윤동주 하숙 집터도 있다. 학생들에게 저항시인 윤동주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기리며 시장을 둘러보도록 했다. 통인시장에는 현금을 엽전으로 바꿔 시장 안 음식들을 먹는 엽전 도시락 카페가 있다. 색다른 체험이어서인지 맛있는 음식이 있어서인지 도시락통에 담을 음식을 고르는 학생들 표정이 많이 밝았다.
시인 윤동주 흔적을 따라 외부 활동을 하고 난 얼마 뒤, 윤동주 시로 랩 하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역시 문화방송(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랩으로 역사를 노래한 방송을 참고했다. 래퍼 강사는 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선생님 도움으로 수월하게 섭외했다. 2회 차에 걸쳐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1회 차에서는 윤동주 시 읽기, 랩 정의, 라임 정의, 라임 배치 방법, 가사 작성법을 배웠고 2회 차에서는 라임에 맞춰 작사하기, 랩 녹음하기를 했다.
학생들은 라임에 맞춰 직접 작사하기 위해 윤동주 시를 읽고 또 읽었다. 고심하며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꾹 눌러 담았을 시인 윤동주처럼 학생들은 시구를 조각내어 그 의미를 곱씹는 과정을 반복했다.
랩 가사를 만들고 한 명씩 녹음을 시작했다. 처음엔 소극 태도였던 학생들이 녹음을 반복할수록 리듬에 맞춰 자기 색깔로 랩을 완성했다. 완성한 랩을 듣고 감탄한 ㅂ선생님과 나는 교내 방송이나 연말 교내 축제에서 이를 공개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우리 뜻과는 반대였다. 이유는 쑥스러워서였다. 못내 아쉬웠지만 녹음 파일은 개인 소장으로만 보관하기로 했다.
그때 윤동주 발자취를 따라 독서문화 체험을 했던 학생들은 모두 졸업했다. 그 학생들에게 독립을 향한 강인한 윤동주 의지가 자신들 꿈을 위한 의지로 심어졌기를 바란다. 그 의지가 두 나래가 되어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열렬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