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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재 Nov 03. 2021

혼자 뭐 하고 있나요? ②

글로 읽는 사서 브이로그_화요일

[글로 읽는 사서 브이로그]

“혼자 뭐 해요?”, “심심하겠다.” 참 많이 듣는 말이다. 혼자 일하는 학교도서관 사서는 심심하고 편해 보일 수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하는 까닭을 글로 담는다. 학교도서관 생활 일주일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

* 브이로그: 자신의 일상을 직접 찍은 동영상 콘텐츠(※다음한국어사전)


출근 08:30  

   

아침 시간 08:30~08:50(20)

  컴퓨터를 켜고 도서관 환기, 대출반납일력표 변경, 소독, 정돈한다. 도서 반납함에 반납된 책이 한 권도 없다. 이런 날이 종종 있다. 업무용 포털에 로그인하니 학교도서관업무지원시스템(DLS) 온라인 연수 공문이 있다. 대출반납, 자료등록 등을 하는 시스템이고 두 번 연수를 들었지만 새로운 기능이 있을까 싶어 링크를 일단 즐겨찾기 한다. 오늘 할 일을 업무수첩에 적는다.

      

쉬는 시간(10)

  학생 2명이 서가 안쪽에서 킥킥대고 나간다.

     

1교시 09:00~09:45(45)

  학교도서관 카카오톡 채널에 들어온 문의가 없다. 반납함에 책도 없고, 문의도 없고, 우편물도 없다. 여유 있는 오전이다. 이런 날은 도서관 정보나루에서 인기 대출 도서를 살펴본다. 도서관 정보나루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개발·운영하는 사이트로 도서관별 장서 및 대출빈도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갱신하여 공개한다.(도서관 정보나루) 지역, 나이, 성별 인기 대출 도서를 볼 수 있어 도서 추천 업무에 도움 된다.

  달마다 주어지는 검색어로 검색한 전자책 읽기 행사를 하고 있다. 검색한 전자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 1권을 대출하고, 대출한 1권과 함께 읽기 좋은 책 2권을 더 대출한다. 총 3권 대출한 화면을 캡처하여 카카오톡 채널로 전송하면 간식을 받는다. 학교 전자도서관 이용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행사이다. 11월 검색어는 ‘음식’이다. 검색어는 도서반 학생이 정했다. 11월 전자책 읽기 행사 안내를 카카오톡 채널 소식에 올리고, 도서관에도 게시한다.

  1교시가 끝날 즈음 학생 1명이 책 26권을 들고 온다. 수업활용도서 반납이다.


쉬는 시간(10)

  학생 2명이 《책만 보는 바보》 필사 행사에 관심을 보인다. 여러 방식으로 필사하는데 이번에는 투명 필름에 인쇄된 글을 대고 그대로 따라 쓰는 방식이다. 학생 2명은 천천히 따라 쓰다가 2교시 종이 울리자 잠시 멈추고 교실로 간다. 다음 쉬는 시간에 다시 온단다.     

투명 필름에 인쇄된 글 대고 그대로 따라 쓰기
투명 필름 필사


2교시 09:55~10:40(45)

  한 학급에는 28~29명이 있다. 1교시에 수업활용도서를 반납한 학급 학생 수를 조회해보니 28명이다. 26권만 반납되었으니 2명이 책을 아직 반납하지 않았다. 미반납 학생 명단은 교과 선생님에게 메시지 드리거나 해당 학생이 도서관에 오면 알린다.

  반납된 책 26권을 소독한다. 코로나 이후 책 소독기를 샀고 반납된 책들은 다 소독한다. 소독은 도서반 학생들이 주로 하지만 수업활용도서는 필요할 때 대출해야 해서 바로 소독한다. 책 소독기에서 1분에 3권씩 돌아가는 동안 책수레에 있는 또 다른 반납 책들을 서가에 제자리 찾아 꽂는다. 서가에 배열한다고 배가한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용어를 어려워해서 책 제자리에 찾아 꽂자고 한다. 서가를 못 알아듣는 학생도 있어 책장이라고 말할 때도 있다. 배가 작업은 잡념이 사라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다. 한 번씩 고민이 많은 날은 배가 작업에 집중한다.

    

쉬는 시간(10)

  2교시 전 쉬는 시간에 필사하던 학생들이 마저 하러 온다. 친구 두 명을 더 데리고 왔는데 이 친구들은 필사에 관심이 없다. 두 명은 서가를 돌아다니며 읽고 싶은 책을 찾고 대출해서 간다.

     

3교시 10:50~11:35(45)

  점심을 먹고 운동장을 3바퀴 걷고 들어 온다. 햇빛 아래는 따듯한데 도서관은 서늘하다. 난방을 켜고 도서관 공기가 따듯해질 때까지 몸을 움직인다. 서가를 둘러보며 삐져나온 책들을 정리한다.

     

쉬는 시간(10)

  어제 옷을 얇게 입고 와서 추웠다는 학생이 책을 대출하러 온다. 3년 개근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아쉽다고 한다.

      

4교시 11:45~12:30(45)

  학급 문고용 책에 붙일 라벨 문서를 만드는데 평소에 쓰던 라벨 규격과 달라 인쇄한 글씨 정렬이 뒤죽박죽이다. 몇 번 수정하고 다시 인쇄하려는데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인쇄 중' 알림만 10분 넘게 뜬 상태이다. 10분이 지나자 프린터 작동 소리가 들린다. 재빠르게 인쇄를 눌렀는데 라벨지를 넣지 않아서 A4용지로 인쇄됐다. 라벨지를 넣고 다시 인쇄를 누른다. 프린터가 또 작동하지 않는다. 라벨 문서 만드는데 45분이 그냥 지나간다.  

    

점심시간 12:30~13:20(50)

  덧 싸개(책 커버)가 있는 책들이 있다. 덧 싸개에 있는 저자 정보, 추천 글, 표지 그림을 버리기 아까우면 그대로 부착한다. 도서반 학생 1명과 학급 문고용으로 산 도서 중 40권을 부착한다.

  다음 주가 3학년 기말고사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평소 어느 정도 소란은 허용하지만 시험 기간에는 조용하게 이용하기를 권한다.

  도서관을 자주 오는 학생 중에 내 개인 연락처를 물어보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그러면 졸업할 때쯤 알려준다고 한다. 오늘 한 명이 “이제 번호 알려줘도 괜찮잖아요.”라고 한다. 3년 내내 점심시간이면 도서관을 꼬박꼬박 오던 학생 1명 번호를 저장한다.


5교시 13:20~14:05(45)

  1학년 학급 문고용으로 책 25종류를 10권씩 샀다. 어제 도장 찍고, 오늘 덧 싸개 부착한 책들을 25종류씩 한 묶음으로 분류한다. 총 10묶음 250권이다. 책 들고 옮기는 작업을 하면 손목이 아프다. 사서가 되고 손목이 많이 약해졌고 손가락에 염증도 많다. 허리도 아프다. 많은 양을 작업하지 않았는데 통증이 온다. 5교시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

     

쉬는 시간(10)

  대출하고 반납하는 학생들이 다녀간다.    

 

6교시 14:15~15:00(45)

  프린터가 작동해 4교시에 못 했던 라벨 문서를 인쇄한다. ‘학급문고-읽은 후 제자리에’ 250개 라벨을 드디어 인쇄 완료한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대출반납하고 교직원은 수업 시간을 이용하는 편이다. 6교시에 교직원 2명이 다녀간다. 어질러진 부분을 정돈하고 학생들이 머물던 자리를 소독한다. 점심시간에 반납된 책들이 많아서 소독하고 배가한다.

     

쉬는 시간(10)

  체육 수업을 했더니 배가 고프다고 도서관에 오는 학생이 있다. 도서반도 아닌데 도서관 일을 도와주고 그때마다 받은 간식을 모아 도서관 한쪽에 보관하는 학생이다. 배고플 때마다 와서 하나씩 먹는 모습이 귀엽다.    

 

7교시 15:10~15:55(45)

  점심시간 이후 반납된 책들이 많아서 소독하고 배가를 계속한다. 내일 점심시간에 도서반 학생들이 봉사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책수레에 책이 넘친다.   

  

방과 후 15:55~16:30(35)

  7교시까지 있는 날은 오후 4시 20분까지 반납도서가 계속 들어온다. 학생들이 종례 후 청소까지 하면 그쯤이다. 이날은 반납처리만 하고 도서관 문 닫을 준비를 한다. 끌 수 있는 전원은 다 끄고, 창문 닫혔는지 확인하고, 업무용 컴퓨터 시스템을 종료한다.

    

퇴근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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