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 Indian

by 육동녕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 블랙힐스에 있는 러쉬모어의 ‘큰 바위 얼굴’ 건너편에는 1876년, 1,500여 명의 인디언 전사들을 이끌고 미 육군 카스터 장군 부대를 전멸시킨 리틀빅혼의 영웅 ‘크레이지 호스’의 웅장한 기마상 백 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위산 한 개를 통째로 깎고 있는 이 공사는 그 웅대한 규모와 함께 대륙을 달리던 인디언의 기상과 이 땅의 원래 주인이 누군가를 알게 해 준다. 여기서 시애틀로 향하는 90번 도로를 운전해 몬태나주 ‘리틀 빅혼’에 있는 국가 모뉴멘트 전장에 들어서면 150년 전, 백인들에 분노한 인디언 전사들의 함성소리가 가득하다.


모텔을 인수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 도시 입구 ‘네이버후드 인’의 브런치에서 업무 인계인수 관계로 전 매니저 스티브와 회의 겸 늦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스티브가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옆 테이블 손님들이 웨이트리스에게 부탁해 자리를 옮길 때 기분 나쁘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붐비는 브런치 시간에 우리 옆에만 빈자리가 있었던 게 생각난다. 별생각 없이 이유를 묻는 나에게 스티브는, 백인 할머니 손님들이, 인디언같이 생긴 내 옆에서 식사하기를 원지 않아 자리를 바꾼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벌레 씹는 기분이 되었다.


도시 외곽을 운전하던 중, 경찰로부터 이유 없이 검문을 당한 일도 여러 번 있고 그로서리에서 식품을 살 때도 유난히 나에게만 무표정한 캐쉬어를 자주 경험했던 나는 이제야 내가 이 마을에서 가끔 겪는 나에 대한 냉랭한 시선이 내가 인디언과 닮아서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캐나다의 깊숙한 중부내륙에 위치한 이 작은 도시의 인구는 약 7,000명인데 그중 인디언이 700명 정도 되고 이들은 대부분 시 외곽에 있는 집단 거주지역에서 살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이곳 초원의 토박이 인디언들이 ‘박힌 돌’이고 건국 초기, 영국군에게 쫓겨온 프랑스 계통 주민들이 ‘굴러온 돌’이지만 지금은 물론 ‘굴러온 돌’이 주인 노릇이다.


그렇지만 백인들은 왜 인디언을 싫어할까. ‘이런 시대에 무슨 인종차별이야’ 하는 의문은, 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곧 풀렸다. 어느 날, 모텔 프런트를 지나던 나는 프런트 직원 제니퍼가 신용카드 없는 인디언의 현금 투숙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100불 방값 욕심에다 우릴 닮은 인디언들에 대한 휴머니즘이 발동해, 싫다는 제니퍼를 달래 백 불 정도를 추가 디포짓 하는 조건으로 인디언 손님을 받게 했는데 다음날 아침 벌어진 일을 보고 왜 제니퍼가 인디언의 현금 투숙을 거절했는지, 내가 한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이었는지 깨달았다. 청소원의 비명에, 인디언들이 투숙했던 방으로 달려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인디언들이 투숙했던 방에는 주사기 등, 밤새 마약을 한 흔적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자기들끼리의 칼부림으로 침구와 바닥에는 온통 피가 흥건했으며 파손된 가구와 TV, 깨진 유리창, 구멍 난 벽, 심지어 여기저기 소변본 자국과 엎질러진 음식물로 대대적인 수리를 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잠이 깬 인디언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아무 일 없었던 듯 일어나 걸어 나갔는데 기막힌 건, 현금 투숙이다 보니 손해를 청구할 방법도, 하소연할 곳도 없는 점이었다. 이곳 캐나다 시골 작은 마을의 백인들이 왜 인디언들을 사람 취급을 않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감기몸살로 며칠째 출근하지 않는 인디언 청소원 메리를 문병할 일로 처음으로 ‘인디언 보호구역’을 가보게 되었다. 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그녀의 집은 트레일러가 딸린 허름한 나무 판잣집이었고 근처에 텅 빈 학교와 낡은 공회당 건물도 보였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보호구역 안에는 우두커니 앉아있거나 벤치에 누워있는 늙은 인디언들이 가끔 눈에 띄었고 쓰레기로 더러운 거리에는 유난히 개들이 많아 황량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메리는 이곳을 떠나는 게 소원이지만 보호연금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그녀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몸이 불편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정부는 인디언 보호를 명목으로 매월 연금을 지급하고 자유로운 수렵과 어로, 모든 인 허가 면제 등 혜택을 주지만 그런 혜택 때문에 인디언들은 아무런 성취욕이나 근로의욕도 없는 채 근친결혼을 하고 술과 마약과 도박에 찌들어 산다. 인디언들은 스스로 건강한 사회인이기를 포기하고 살아가는데 이는 어쩌면 정부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인디언 보호정책은, 그래서 고도의 인디언 말살정책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150년 전, 크레이지 호스가 이끄는 수우족, 샤이엔족들은, 총과 도끼로 카스터 부대를 전멸시켰지만 오늘날의 인디언들은 정부와의 전쟁에서 연금과 보호정책, 마약과 술 때문에 전멸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1800년대 후반이래,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지역별 인디언들과 ‘treaty’라고 불리는 많은 조약들을 체결했고 인디언들은 조약에서 지정하는 보호구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불모지였던 보호구역에서 오늘날 많은 자원이 발견되는 바람에 그 개발과 관련한 인디언과의 문제가 양국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광대한 땅을 가진 인디언 연합(UTP)이 엄청난 이권을 위해 백인 로펌들을 앞세워 수십 년째 정부와 소송싸움 중이고, 상대적으로 설립이 자유로운 카지노나 호텔업 등으로 배부른 인디언들도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인디언들에게 그건 어디까지나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매년 6월, 앨버타주 Bonnyville에서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페스티벌이 열린다. 시 외곽의 공설운동장에서 북미주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인디언들이 5일 동안 벌이는 이 'Pow wow'축제는, 전통 의상 show와 춤과 노래, 말타기와 활쏘기 경쟁도 큰 구경거리다. 사회자는, 화려한 그들의 몸짓과 노래를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의 의식이라고 소개했지만 우리에게는 마치 그들의 잃어버린 옛 영광을 절규하는 듯 구슬프게만 들려온다. 행사가 한창인 대낮인데도 운동장 구석에서 마약과 술에 절어 뒹구는 젊은 인디언들을 보면서 ‘굴러온 돌’의 끈질긴 종족말살정책이 완성단계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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