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듣는 일이 새삼 설렌다
어렸을 땐, 참 별명도 많았다.
흰둥이도 있었고, 희동이도 있었고, 방송 돼지도 있었고. 뭐, 별명을 꼽자면 정말 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희동이라는 별명은 지금까지 친구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무수한 사랑을 받고 있다. 덕분에 내 이름 석 자 '김희영'을 들어본 지가 너무도 오래되었다.
별명이 처음 탄생되던 날, 초등학교 때 내 별명은 흰둥이었다.
뭐랄까. 사실, '희동이'보다 '흰둥이'라는 별명이 더 마음에 든 것은, 그 별명이 만화 '짱구는 못 말려'에 나오는 귀염둥이 강아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키가 멀쑥하게 커서 귀엽다는 소리보단 키가 크다, 숙녀 같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귀여움의 상징인 '흰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때면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를 간 후에는, '흰둥이'라는 별명에서 '희동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순전히 내 이름에서 비롯된 별명이었다. 그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 참 좋았다. 뭔가 친구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별명으로 불리며 보내던 어느 날. 대학교 3학년 즈음, 내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문자보다 전화가 좋아서, 핸드폰을 붙들고 밤새 통화를 했다. 고요하고 잠잠한 주변에,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좋아하는 이의 목소리는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나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온 신경을 전화기 속 멋진 그 사람에게 오롯이 쏟았다. 늘 그렇듯 서로가 정해 놓은 애칭을 부르며, 방 천장은 이미 어둠이 아닌 핑크빛 물결로 도배가 되었다.
호호거리며 불 꺼진 방 안에서 설렘을 내뱉던 순간, 나는 그의 한 마디에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희영아."
따뜻한 목소리로 부르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내 이름.
난 거기서 대답 한 마디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뛰어서, 전화기 너머 그 사람에게 전해질 것만 같았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 사람은 또 넌지시 말을 건넸다.
"자?"
"음, 아니. 아직."
그 밤, 나는 아직도 그 통화를 잊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테지만 왠지 내게는 굉장히 가슴 떨리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학생, 아가씨, 희동아, 로 불린 적은 있었지만, 내 이름 오롯이 '희영'으로 불린 일은 드물었을 테니까.
어둑한 밤에 나긋하고 따뜻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아늑한 호롱불처럼 내게 다가왔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읊어준 사람.
평소보다 더 신중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나를 찾는 것만 같아서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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