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by 김희영

"너 그런 식으로 공부하면 죽도 밥도 안돼. 좀 더 최선을 다했어야지, 좀 더 노력했어야지, 좀 더 열심히 했어야지."

형태 없는 목소리들은 날 벼랑 끝에 내몰면서, 끝내는 나를 달랬다.

"힘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야. 그거 합격하기 어렵잖아. 아니면 그냥 그만두고 공부만 하든지."

어떤 이의 인생을 말하는데, 그들의 '그냥'은 너무 쉽다.




요즈음 감기로 고생하면서 전기장판에 몸을 뉜 채 생각한다.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일상을 알차°‘ 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직장을 다니면서도 언론인이 되겠다고 바지런히 공부해 온 날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떨어졌다고만 생각했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꾸역꾸역 힘겹게 살아가는 나를 보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하기도 했다.


이제 좀 그만 하지, 그래?
네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닐까?


그럴 때마다 나는 수없이 자책하며 깎아내렸다. 이렇게 아픈 것도, 상황보다는 나 자신이 나약한 것이라고 스스로 욕했다.

콜록거리는 목을 감싸고 책상에 앉았다. 열이 펄펄 끓는 이마, 흐르는 콧물, 희뿌연 시야. 글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게, 운동을 좀 할 걸 그랬나? 늘 따뜻하게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왜 감기 따위에 걸려서 이렇게 쉽게 무너지게 된 걸까?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내겐 이 순간이 간절했다. 오히려 화가 났다. 나는 겨우 몸 따위가 아파서 지금, 이 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맞아요, 난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요."

남들의 무심한 조언에 그저 수긍하며 난, 내가 잘못 산 것만 같단 생각을 했다. 실의에 빠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일상들이었다.

직장 그만두고 공부 하는 게 정답이었을까? 남들처럼 스터디나 학원을 병행하면서 공부해야 했을까? 그렇다면 나는 반드시 합격 할 수 있었을까?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러나 공부에만 매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나는 당장에 책을 사서 읽을 돈도 없었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꿈을 향해 쫓아가야 한다는 것만큼 잔인한 게 있을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꿈은 열심히 사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자면서 공부했다.

아무리 꿈을 향해 발버둥을 치고, 노력해도 닿지 않는 것들, 좀체 가까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들. 합격, 꿈 따위의 것들. 다른 준비생들은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스터디를 꾸리고, 내가 회사에 갈 때 독서실에 갔다. 그 의미는, 난 그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남들보다 더 치열하고, 악착같이 해야 했다. 난 너무 늦었고, 시간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까.

그런 조급한 마음이 나를 자꾸만 책상 앞으로 내몰았다. 잠을 자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일을 할 때도 실수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피로에 찌들어 집중력은 흐려지고, 머릿속에 제대로 외워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 편히,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마음이 무척이나 불안하고 두려웠다. 이러다가는 영원히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져서 살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채찍을 그러쥐었다.
남들이 내게 쥐여준 채찍을.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경쟁자들? 남의 인생을 쉽게 알고 조언하는 사람들? 나의 꿈과 열정에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 나의 가족들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기대와 응원이 부담스럽다는 알량한 이유로,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채찍을 쥐고 스스로를 때리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상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조금만 더 힘내, 그동안 열심히 달려 왔잖아, 이제 거의 다 왔잖아….


그 누구도 나를 궁지로 몰아 세우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나를 채찍으로 내려치지 않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채찍을 내리친 손, 나를 상처입힌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아니요, 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왜 그동안 나는 그렇게 조급하게 생각하며 살았을까? 왜 후회를 두려워했을까? 꿈이라는 것은 내가 끊임없이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꿈', 그 아름다운 원단의 '욕심'이라는 옷은 발가벗은 나의 몸에 감겨들어 점점 더 크게 부풀렸다. 꿈에 대한 열망과 조급함이 밀어 넣은 재촉, 결과에 대한 불만족, 그렇게 한 번씩 목표가 고꾸라질 때마다 나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절망은 또다시 나 스스로를 때리고 아프게 만들었다.

삶은 그저 "틀렸다"는 말 한마디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 단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게 삶이었다면, 세상의 모든 이들은 틀린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을 테다. 세상에 틀린 것은 없다. 늦은 것도 없고, 완벽하지도 않다. 그러니 나 자신을 조급하게 만드는 환경과 성급한 조언과 말에 휘둘리지 말자.


과연, 다른 누군가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한 번에 선택을 잘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 수많은 누군가도, 내가 많은 고민을 흘려보낸 만큼 수없이 고민했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 있고, 자신의 인생은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다. 고민에 대한 결정이 신중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불을 덮고 연신 콜록거리던 나는, 천천히 열이 오른 이마에 열을 얹었다. 열심히 사는 삶은, 몸이 다 낫고 난 뒤에 해도 된다고, 조급한 마음을 달래며 차분히 눈을 감았다.


미래의 내가, 부정적인 결과 때문에 후회하게 되더라도, 정말 열심히 살았던 지금의 나를 나무라지 말자.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자책하지 말자.

이 순간 미래를 지키기 위해 가장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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