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날로그에게』 38쪽
당신이 말했다.
"헤어지자."
이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당신을 붙잡고 '부디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다. 그렇게 약속했던 한 달은 참 빠르게도 흘렀다.
그 야속한 시간은, 내 가슴을 할퀴고 찢어놓았다. 당신은 생각처럼 내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내가, 이대로, 마음이, 크지, 않으면, 어떡해? 당신은 그 문장을 조각조각 찢어 하루에 하나씩 내 가슴에 던졌다.
처음엔 화가 났다. 그까짓 마음, 그냥 열어 보이면 어떻다고. 전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다시는 연애하고 싶지 않아서, 인간관계에 질려버려서, 당신의 핑계는 셀 수도 없이 많아 그때마다 내 자존심을 짓이기고 뭉갰다.
"단 한 번도 내가 보고 싶었던 적 없었어?"
언젠가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내게 상처를 준 일을 알까. 내가 무척이나 힘들어했다는 걸, 당신의 마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걸, 당신은 정말 알고 있을까. 나는 당신이 후회하고 내게 미안해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나의 대단한 욕심이었다.
끝내 당신은 내가 보고 싶었다고도, 보고 싶지 않았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당신은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한 달 동안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렸다면, 당신은 말했어야 했다. 사실은 보고 싶었다고. 많지는 않았지만, 흔들린 적이 있었다고.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단 한 번도 내가 보고 싶었던 적 없었어?"
당신의 침묵은 내 물음을 조각조각 찢고 있었다. 당신이 입술을 굳게 다문 이후부터, 당신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지은 다음부터, 나는 천천히 깨달았다.
당신은 단 한 번도 내게 흔들린 적이 없었다는 걸.
나는 다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혼란스러워해야만 했다.
건방지게도 나는 한 달여의 시간 동안 당신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내게 일 년의 시간이 주어진대도, 당신의 마음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나의 오만이었다.
이제 당신의 마음을 욕심내지 않으련다.
당신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대도, 그저 미안해서 내 곁에 있는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된다.
맞다.
애초에 당신의 마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