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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17일

『나의 아날로그에게』52쪽

by 김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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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거리며 밀려드는 당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

바닷바람을 타고 유유히 비행하는 새들도

모래를 한 움큼 훔쳐 성을 짓는 아이들도

당신을 되돌려 보내지 못하네


먼 곳에서부터

낭만적인 큰 배로부터였든

심해를 헤집고 다니는 거대한 인어의 발길질이었든

당신의 꿈과 열정 같은 그 힘이 모여

철썩, 철썩

내 마음에 부딪히고 하얗게 부서지네


해변의 하얀 모래는

당신에게 이리저리 쓸리는 내 마음처럼

또 나를 하얗게 쥐고 흔드네


흔들흔들흔들


귓가를 간지럽히는 하얀 속삭임


철썩철썩철썩


당신이 요동칠 때마다 흔들리는 내 마음


유유히 춤추는 당신의 모습과

쓸리지 않으려는 내 마음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팽팽한 신경전이 있네


가끔 그런 것들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진하고 아리게

내 마음에 밀려들었다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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