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날로그에게』52쪽
철썩거리며 밀려드는 당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네
바닷바람을 타고 유유히 비행하는 새들도
모래를 한 움큼 훔쳐 성을 짓는 아이들도
당신을 되돌려 보내지 못하네
먼 곳에서부터
낭만적인 큰 배로부터였든
심해를 헤집고 다니는 거대한 인어의 발길질이었든
당신의 꿈과 열정 같은 그 힘이 모여
철썩, 철썩
내 마음에 부딪히고 하얗게 부서지네
해변의 하얀 모래는
당신에게 이리저리 쓸리는 내 마음처럼
또 나를 하얗게 쥐고 흔드네
흔들흔들흔들
귓가를 간지럽히는 하얀 속삭임
철썩철썩철썩
당신이 요동칠 때마다 흔들리는 내 마음
유유히 춤추는 당신의 모습과
쓸리지 않으려는 내 마음 사이에는
보이지 않은 팽팽한 신경전이 있네
가끔 그런 것들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진하고 아리게
내 마음에 밀려들었다 떠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