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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71일

『나의 아날로그에게』174쪽

by 김희영

고요가 쌓인다

먼발치서 들려오던 발소리는 재가 되어 날리고

눈앞에서 목소리가 일렁이더니 이내 타들어 간다


어둑한 밤에 새까만 눈동자는

어둡다기보다 빛이 나서

나는 한참 그 눈을 바라보았다


어디에 있었냐고 묻는다

왜 이제야 왔냐고 묻는다


가슴에 묻었던 널 다시 꺼내는 동안

죽어있던 널, 차가웠던 널 다시 살리는 동안

침묵이 쌓인 너의 마른 어깨를 만지는 동안

나는 쉴 틈 없이 네게 묻고 또 묻는다

내가 보고 싶지 않았느냐고


긴 세월 내가 흘린 눈물에 축축이 젖은 너는

옷깃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그러쥐며

낮게 속삭인다


너는 또렷한 눈빛으로만 남아

내 온몸 가득 너의 향기와 채취만 묻히고 간다


네가 묻히고 간 그 느낌이 너무 슬퍼서

나는 무릎을 끌어안고 울었다


보고 싶었어, 그리웠어, 진심으로 사랑했어


나는 이 침침한 어둠에 갇힌 채로

너의 그 한마디만을 내내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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