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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Feb 23. 2021

당신이 책을 써야 하는 이유

1장. 책이 커리어가 되는 시대

 당신의 꿈을 더 가깝게 만들어 줄 수단이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를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물었다.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생활을 보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쉬고…. 나쁜 일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일상도 아닌, 따분한 일상이었다. 같은 일상이 반복된 탓인지 그 친구는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재미가 없을 수 있냐고 하소연을 했다.

 친구는 학창 시절 때부터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다. 손글씨, 캘리그래피는 물론이고 한글, 한자 서예를 참 잘하는 친구였다. 가끔 수도권 지역에서 팀별로 전시회를 할 만큼 실력이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어쩐 일인지, 취미로 잘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현실에 굴복해버렸다는 안타까운 한숨에 나는 쓰린 속을 쓸어내렸다. 너 참 재능 좋았잖아. 그 말이 턱밑을 맴돌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글씨와 관련된 책을 선물해주었다.

 "책은 특별한 사람이 내는 게 아니야. 너의 숨겨진 재능을 더 반짝이게 해 줄 거야."

 책을 받아 든 친구는 며칠을 고민하는 듯했다.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쓸 수 없기도 하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책을 내기 어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글 쓰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글을 많이 써보고, 퇴고해보고, 그렇게 자신만의 글쓰기가 갖춰진다면 책을 낼 수 있다.

 초기의 책은 나무나 잎을 기워 만들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썼을까? 책은 사람의 사상이나 생각을 오롯이 기록해내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책을 쓰기 전부터 첫 단추를 끼우는 일에 부담을 가지지 말자. 출판을 다짐했다면, 이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집약적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집중하자.

 그 친구는 결국 출판을 하기로 결심했다. 책에 들어갈 원고를 쓰고, 자료를 찾고, 글씨를 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친구가 훗날 책을 펴낸 후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서예 강사로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전문성을 살려 더 많은 작업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어쩌면 그 친구의 전문성을 입증해줄 좋은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당신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꿈이 되거나 공감이 될 수 있다.

 그럼 이쯤에서 반문하게 될 것이다.

 "책은 꿈을 가진 자만이 쓸 수 있나요? 꿈이 없는 사람들은 책을 쓸 수 없는 건가요?"

 책엔 에세이, 수필이라는 장르가 있다. 이 장르는 호불호가 꽤 갈리는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나열만 해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들은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 공감하며 지친 마음을 치유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자기 계발서를 통해 감명을 얻고, 어떤 사람은 전문서를 읽고 지식을 얻는다. 그러나 그 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 필요한 책은 아니다. 책을 비롯한 모든 물건은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주고,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하다는 걸 기억하자.

 필자가 쓴 책 중에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라는 에세이가 있다. 그 책은 20대 중반에 언론고시를 준비하며 속앓이를 했던 마음을 쓴 일기인데,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일이 있었다. 책을 내겠다고 다짐했던 계기가 거창하지 않았다. 단순히 언론고시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고자 썼던 글이었다. 그랬기에 베스트셀러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 책에는 정보보다는 하소연과 우울함이 잔뜩 담겨 있었다. 누가 보아도 유쾌하거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취업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메일함에는 종종 독자들의 편지가 오곤 한다. 대개 편지는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독자들이 보내왔다. 책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었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오는 것이다.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는 에세이를 출판할 때, 나는 특별한 사람이었을까? 취업과 관련된 전문적인 글을 썼을까? 아니다. 나는 단지 취업을 준비하던 도중에 썼던 일기를 엮어 출판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류의 에세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람들을 끌어안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내 글이 어떤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각보다 더 좁게, 깊숙이 파고들어야 진심 어린 글을 쓸 수 있다.


 진심을 다해 쓴 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

 진정성 있는 글은 어떻게 쓰는 걸까? 결국 책은 독자라는 소비자를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대로 묵혀두기만 하는 글이라면, 수첩에나 노트에 끼적거리고 두면 그만일 것이다.

 예컨대 내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에게 고백 편지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편지 한 장을 쓰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다. 문장 하나를 완성하더라도 썼다 지웠다 반복만 수십 번 하게 된다. 편지지가 상할까 봐 연습장에 미리 써둔 편지글만 수십 장이 될 것이다. 그마저도 완벽하게 완성되지 못한 채 찢어지거나 버려지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싶은 것과 나의 진심이 담겼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도 돌아보게 된다. 내가 그 시기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그리웠는지,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이다. 편지는 곧 타인에게 감동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책도 마찬가지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글, 나의 진정성이 묻어난 글을 써야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는 진심을 쓰고, 자기 계발서는 이해를 쓸 것이다. 그러나 모든 글에는 결국 나 자신을 먼저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쓴 글부터 스스로 이해해야만 진정 녹아낸 감정이라고 할 것이다.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은 정말 다양하다. 전문성을 띄기 위해서, 내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서, 소소한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서….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한 꿈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다. 요즘 책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 누리는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문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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