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당신의 글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어릴 때부터 난 '다이어리 변태'였다. 친구들과 술집을 가거나 어디 뒤풀이 장소를 가도 가방 안에는 꼭 다이어리가 들어 있었다. 1년이 지나면 다이어리는 다 뜯어지고 해져서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비참해져 있을 정도였다. 주로 먼슬리 다이어리를 애용했는데, 이유는 일정 정리하기가 수월하고 특히 메모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달력에는 매일 해야 하는 일들로 빼곡했다. 특히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잦았다. 대학교 강의가 끝나는 6시 이후부터는 매일 할 일이 있었다. 동아리는 2~3개씩 들고, 교내 홍보대사 활동, 생활관 조교로 일하기도 했다. 모두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글쓰기에 있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은 이유는, 좋은 글감을 캐치할 수 있는 점이다. 드라마틱한 일상이 아니라면, 대개의 일상은 상당히 따분하고 지루하다. 이벤트 같은 것이 누군가와의 만남이다. 약속을 정한 날에는 평소보다 더 멋지게 치장을 하고, 선물을 준비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이다. 특별한 날에는 평탄했던 일상과 달리 새로운 것들을 듣는다. 그저 한 귀로 흘러버릴 수도 있는 대화를 집중해본다면 보석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누군가의 사연을 글로 옮겨 적으라는 것이 아니다. 어떤 대화를 통해 느꼈던 자신만의 감정과 깨달음 등을 메모하라는 것이다.
일례로 여러 친구들을 만난 모임에서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겠다. 그 모임에서 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애인이 구속을 싫어한다고 해서 싫은 소리 하지 않았더니, 지금은 왠지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친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러게 왜 내버려 두었어!' 라며 말했다. 그때 내가 그 친구에게 했던 말이 있다.
"구속은 상대를 붙잡기 위한 것이 아니야.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지."
그 문장이 좋아 친구에게 말하고 난 뒤, 곧바로 메모장에 말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이 글귀는 훗날 나의 에세이집에 실렸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명언 같은 말들이 조합되기도 한다. 누군가 자신의 사연을 말할 때, 그 속에는 그 사람만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다. 그게 때로 그날의 분위기와 사물에 딱 들어맞기도 한다. 평소 책상 앞에 앉아있을 때는 죽었다 깨어나도 생각할 수 없던 것들이다. 영감처럼 불쑥 어떤 말이 떠오르면, 잊지 않기 위해 메모했다. 메모들이 조합되면 새로운 문장이 만들어졌다. 그럼 그때부터 그 문장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었다.
꼭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서만 메모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주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 하다못해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만의 한 줄을 쓰는 것도 좋다. 필자는 다이어리에 메모했지만, 나중에 전자패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핸드폰 메모장을 즐겨 쓰기 시작했다. 꼭 공책에 메모할 필요는 없다. 우리 일상에 가장 친숙하고, 생각한 문장이 증발하지 않도록 빠르게 메모를 남길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이용해도 좋다. 핸드폰 등과 같은 전자기기도 좋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수첩도 좋다. 다만, 이것들이 손에 익을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메모가 글감을 만든다.
대화나 관찰 등을 통해 깨달은 것을 문장으로 쓰자.
나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정립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