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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Feb 27. 2022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걸어가고 있었어요. 주변엔 아무것도 없는 어둠만이 안개처럼 짙게 깔려 있었죠. 아무리 눈을 비비고 씻어봐도,  칠흑 같은 어둠에서 별빛은 보이지 않았어요. 달빛에 의존해 달려왔던 순간들. 그게 맞다고 자신했던 저의 지난날들이 어리석게 느껴졌어요. 세상에 달빛이란 없었어요. 어떻게 걸어도 이게 맞는 줄도 몰랐어요. 길이 없는   운동장에서 길이라는  찾아 배회하는 기분이었죠.

 ─ 어떻게 살아야 모든 걸 지킬 수 있을까요? 나도, 당신도, 우리 사랑도.

 텅 빈 어둠에 대고 물어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수많은 밤 귀들도 정답을 알지 못했거든요. 그들은 가만히 내 목소리 경청만 할 뿐,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어요. 그 침묵은 꽤 상냥했지만, 속상하기도 했어요. 내 마음은, 작은 목소리에도 지진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절실했어요. 답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든 잘 이겨내 보겠다고, 나름대로 선택한 답이 있었어요. 그건 순전히 어둠 속에 파묻혀 죽을 것만 같던, 내 이기심과 욕심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하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저는 몹시도 죽을 것 같았어요. 뭐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평생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온몸과 마음이 얼어붙어서,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세상 밖으론 나오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점점 변해갔어요. 어둠에 익숙해질 때마다 마음은 더욱더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고 두려웠어요. 영영 밝은 세상을 마주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요.

 저도 우리의 사랑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익사하기 직전의 사랑을 건져내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죠. 막상 인공호흡을 하면요? 그럼 모든 게 다 괜찮아 지나요? 사랑이 있으면 모든 걸 견뎌낼 수 있나요? 아니요. 당신을 배려하고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나에겐 없었어요. 때론 그 사랑을 그저 죽게 내버려 두고만 싶었어요.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까. 당신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방관하는 내 몸을 밀어버리고, 죽기 살기로 그 사랑을 지켜내려 할 테니까. 그럼 그게 정답인가요? 우리의 사랑을 기어코 살리는 일만이?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요. 나는 어둠의 어디쯤에서 배회하고 있는 건지, 내 바로 앞에 나무나 벽이 가로막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계속 걸어야 하는 건지, 걸어야 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선택이라는 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있지도 않은 빛을 찾는 기분이었어요. 성냥도 라이터도 아무것도 없는 제게, 저 알아서 두려움에서 탈출하라고 말이에요.

 어둠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어요. 매일 밤, 물속에 빠졌다 겨우 살아난 사람처럼. 언젠가 익사 직전의 사랑을 건져낸 것처럼, 저는 그런 밤들을 보냈어요. 잠시라도 사랑을 내버려 두어야만 했어요. 사랑 속에 살고 있는 당신의 눈빛과 우리의 관계와 지난 추억들을 잠시나마 덮어두어야만 했어요. 내 인생에서 사랑을 완전히 도려내야만 했어요. 온전히 나만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내가 살 것 같으니까, 죽지 않을 것만 같았으니까요.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당신은 이제 겨우 살아 돌아온 나에게 또 다른 선택을 강요했어요. 이제 앞으로 네 플랜은 뭐야? 어떻게 살 거야? 이제 겨우 죽다 살아온 사람에게, 당신은 그렇게 질문을 던졌어요.

 ─ 이제 우리 사랑은 어떻게 해?라고.

 다만 저는, 저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둠에 익숙해질지, 빛을 찾아 떠날지. 저는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우리, 사랑에 한 발짝 물러서 있어요. 저에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 우리의 사랑을 이어나갈지, 내려놓을지. 그 시간 속에서도 우리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써 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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