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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ul 06. 2022

어둠 속에서도 우리 떨어져있지 말자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우린 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일 때 환한 달빛처럼 빛이 났으니까. 그러다 한순간 '갑자기' 손을 놓쳤다. 몸이 떨어지면서 빛도 잃었다. 그때부터는 우리가 어디에서 배회하고 있는지 몰랐다. 누군가는 청각을 잃고, 누군가는 시각을 잃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꼭 그대로 흘러갔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어쩌다 떨어져버렸지?' 하며 서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하자, 결국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했다.

 ─ 그때 왜 너 나에게 상처를 줬어.

 ─ 넌 왜 내게 모진 말만 했던 건데.

 그렇게 어둠 속에서 서로에게 점점 멀어지다, 우린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각자의 마음이 어떤 줄도 모른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애써 웃었다. 어둠속에서 보이지도 않을 미소를 띠며, 잘 살라고, 잘 지내라고. 우스갯소리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단지 애처로운 우리 상황을 아름답게 꾸며보기위한 허술한 방법일 뿐이었다. 우리는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게 아니었다. 단지 서로의 깊은 마음을 몰랐던 것일 뿐이었다.

 홧김에 어떤 말을 뱉어버렸다고 해서, 그 화와 말에 담긴 죄가 용서되는 건 아니다. 내가 과연 당신을 용서할 수 있는가를 따져 묻는다면, 그또한 말이 되지 않을 테다. 나도, 당신도 너무 먼 길을 돌아오느라 각자의 시간에 오래 머물러있었다. 떨어져있으면서 저지른 그릇된 생각들이 화살처럼 돌아와 끝내 다시 결합할 수 없는 우리를 만들어 버렸다. 이건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물리적인 시간과 상황 탓이었다.

 세상의 모든 상황들, 극악으로 치닫는 흐름들에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럼 온전히 당신을 용서할 수 있는가. 내가 감히 용서라는 단어를 입안에 담을 수 있는가. 그걸 혀끝으로 밀어 내뱉을 수 있는가. 내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나 또한 당신에게 상처만을 주었는데, 당신에게 미운마음을 심어주었는데.

 지키고자 했던 것은 아주 힘없이 스러져 버렸다. 평생 함께하자는 그 안일하고 애매 모호한 약속과 말랑말랑하고 어여뻤던 사랑의 감정들은 태양열에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처럼, 손아귀에 올려놓은 작은 눈송이처럼 연약하게 흘러내렸다.

 삶은 우리의 꿈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토록 애틋했던 사랑도 결국엔 빛을 바랐으니까.


 하지만 때로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 어둠 속에서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럼 지금 우리, 웃으며 서로의 진심어린 미소를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까?

 그때의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러곤 나지막이 되뇌어본다.

 그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웠겠다, 하고 입안에서 되뇌어보는 당신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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