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어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요.
말년에 눈을 감을 때, 저의 선택들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요.
신중하게 선택했고, 저지른 일들이 버거워도 꾸역꾸역 견뎌냈어요.
내가 선택한 거니까, 내가 그렇게 살기로 한 거니까, 그걸 감내해야만 어른스러운 삶이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요.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성취할 때는 감동이 벅차오르기도 했고,
저는 제 주변에 둘러싸인 모든 것들을 사랑했어요.
열심히 살아왔는데,
뼈 빠지게 일만 하고 성취감에 사로잡혀 뜨거운 하루를 만끽해도
이상하게 밤이 되면 가슴 한 편이 공허했어요.
그런 밤이 지속되다 보니
아름답게 만개해있던 내 주변의 사랑스러운 꽃들이
파랗게 시들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스트레스에, 밤에는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고
가슴은 텅 비고 공허해서 외롭기만 해요.
이제 누군가에게 이런 불행한 인생을 털어놓는 일도 지겨워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줄 사람 있나요?
이제는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잃어버렸어요.
말년에 눈을 감을 때, 저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제 삶에 동력이 되지 않아요.
이렇게 힘든데 사는 게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무슨 동력으로 살아가는지, 왜 죽지 못해 살아가는지, 힘들어 죽겠다고 말도 못 하겠는지,
내 마음과 체력은 닳아가는데, 그런 생각들도 떠올릴 기력이 없어요.
사는 이유를 모르겠고, 그렇다고 죽을 용기는 없어요.
그렇게 시키는 일만 꾸역꾸역 받아가다 점차 병들어 가겠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줄 사람 있나요?
그 이유가 납득할만한 것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