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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Sep 02. 2022

참 열심히 살았어요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어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요.

 말년에 눈을 감을 때, 저의 선택들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요.

 신중하게 선택했고, 저지른 일들이 버거워도 꾸역꾸역 견뎌냈어요.

 내가 선택한 거니까, 내가 그렇게 살기로 한 거니까, 그걸 감내해야만 어른스러운 삶이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요.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성취할 때는 감동이 벅차오르기도 했고,

 저는 제 주변에 둘러싸인 모든 것들을 사랑했어요.


 열심히 살아왔는데,

 뼈 빠지게 일만 하고 성취감에 사로잡혀 뜨거운 하루를 만끽해도

 이상하게 밤이 되면 가슴 한 편이 공허했어요.


 그런 밤이 지속되다 보니

 아름답게 만개해있던 내 주변의 사랑스러운 꽃들이

 파랗게 시들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스트레스에, 밤에는 불면증으로 잠 못 이루고

 가슴은 텅 비고 공허해서 외롭기만 해요.


 이제 누군가에게 이런 불행한 인생을 털어놓는 일도 지겨워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줄 사람 있나요?


 이제는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잃어버렸어요.

 말년에 눈을 감을 때, 저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제 삶에 동력이 되지 않아요.


 이렇게 힘든데 사는 게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무슨 동력으로 살아가는지, 왜 죽지 못해 살아가는지, 힘들어 죽겠다고 말도 못 하겠는지,

 내 마음과 체력은 닳아가는데, 그런 생각들도 떠올릴 기력이 없어요.

 사는 이유를 모르겠고, 그렇다고 죽을 용기는 없어요.

 그렇게 시키는 일만 꾸역꾸역 받아가다 점차 병들어 가겠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줄 사람 있나요?

 그 이유가 납득할만한 것이라면,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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