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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 담긴 위로의 타이밍

by 김희영

세상 밖으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가기 시작했던 건,

갑자기 불쑥 용기가 솟아나거나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는 둥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들어보라는 둥

생각해보면,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그런 말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던 게 아니라,

단지 내면의 우울감에 가려져 있던 것뿐이니까.


제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두려움에 맞서 일어나게 된다면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으니까.


삶에 대해 큰 회의감과 우울감에 빠진 사람에게는

그저 따뜻한 포옹과 위로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보다

누구나 겪는 시련이라는 말보다

다정한 침묵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는 말보다

그냥 지금은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도 괜찮다는 말이

무너진 자신의 세상에서 울고 있는 사람에게

더 좋은 위로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이 결국엔 삶의 동력이 되었다.


사방이 온통 어두운 가면을 쓴 감정들이 득실거릴 때,

눈물지으며 홀로 자책하고 있을 때,

그 곁을 지키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그 품에서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아서 네가 많이 지쳐있었던가 보다"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응어리졌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회의가 이른 봄볕에 스르르 녹는 눈처럼 연약해질 수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전문가의 명쾌한 해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고

파란만장한 인생살이의 주인공에게 조언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홀로 외롭게 어둔 감정과 투쟁하는 그 타이밍에

단지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품과 다정한 위로 한마디가

그 어떤 행동과 말보다도 더욱더 뜨거울 수 있다는 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지쳐있는 순간에, 꼭 한 번은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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