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영 Sep 19. 2022

내 슬픔에 관대해지는 때가 오면


자신이 무척이나 못나 보일 때

스스로 한 일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때

인생이 허무하고 아무 의미도 없게 느껴질 때


이상하게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방향을 찾아주려고 노력하지


그 과정에서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가 타인에게 상처 입고 망가지도록 내버려 두지


타인의 삶의 방식이

오롯한 정답은 아닌데


이상하게 타인의 삶에 빗대어 정답을 찾으려고 하고

그게 조금이라고 어긋나면 내 잘못인 줄 알지


내 탓을 하고

그렇게 점점 사람들을 찾지 않게 되지


그토록 사람을 좋아하던 넌데


이상하지, 사람들은 그럼 또

이상해진 널 탓하고

넌 또 그런 너 자신이

어쩌다 은둔자가 되어버렸는지를 찾게 되지


사실은 타인의 위로와 응원 따위가

가슴에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을 뿐인데 말이야


그냥 무심코 지나친 '괜찮아'라는 응원에 진심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때

슬픈 영화를 보고서 비로소 눈물을 왕창 터뜨릴 수 있게 될 때

우울에 젖어 슬퍼하던 내 모습에 연민을 느끼지 않게 될 때


사실은 그런 때에

타인의 지도나 참견 없이도

오롯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데 말이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내가 어리숙하다고 탓하지 말고


어떤 날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 보기도 하는 거야


그래도 괜찮아


네가 잠시 목표를 잃고 부유한다고 해서

바다는 무너지지 않고

세상은 멸망하지도 않으니까


때론 그렇게 우울감에 젖어

마음이 얼어붙어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적막한 투쟁에

온 몸을 내던져도 괜찮아


시간이 흘러 내 슬픔에 관대해지는 때가 오면

죽을 것 같던 지금도

정말 별것 아닌 일이 될 거야.

작가의 이전글 날 위해 살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