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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Oct 13. 2022

바라볼수록 모르게 되는 것


난 아마 오만했을지도 몰라.

네 옆에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널 다 꿰뚫어 볼 수 있다고 자신했던 거지.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널 모르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 말이야.


단지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는 느낌만으로,

네가 나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오랜 시간 너와 함께 있어도 널 잘 모르겠어.

난 아직도 널 잘 모르겠어.


어떤 때는 네가 숨 막힐 정도로 어색할 때가 있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너의 뾰로통해 보이는 표정과 굳게 다문 입술이

오히려 날 더 헷갈리게 만들어.

정말 네가 괜찮은 건지, 아니면 괜찮은 척하는지를 말이야.

무슨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넌 나에게조차 비밀이 많은 사람처럼 보여.


이제 더는 너의 숨은 감정을 캐묻는 것도 자존심 상해.

나만 안달복달하는 마음 같잖아.

정작 네가 괜찮다는데, 아무렇지 않다는데

내가 무슨 말을 더 해.

괜히 나만 더 비참해지게.


네 깊은 두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널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되려 내가 그 늪 같은 눈에 빠져들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감정인지 집요하게 파고들수록

오히려 나는 점점 너에게서 멀어져 가.


긴긴 새벽 동안,

나는 너와 함께한 어느 특정한 시간에 머물러 있어.

나의 상상의 나래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를 추리하는 일.


이 추리의 끝에도 답이 있다면 좋을 텐데.

답이 없는 추리는 오히려 너라는 우주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무중력의 배경에 한 점으로 날 떼어다 붙여놓지.


이 우주비행도 끝나는 날이 올까?

너라는 우주에서 종착점을 잃고 배회하는 여행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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