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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Oct 11. 2022

은하를 타고 흘러가는 동안

긴 밤 동안 아주 지독한 악몽에 시달렸지.

웃고 있는 네 얼굴과 마주 보는 일 말이야.


사랑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는데,

그런 나에게 사랑을 알려줬다는 의미에선

너에게 참 고맙기도 해.


많이 상처받고

그래서 또 어떤 날은 내가 상처를 주기도 했던 밤들.


기나긴 복수의 서사를 써 내려가며

우리는 지독히도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어.


어느 순간에는 악만 남아서

왜 나만 희생해야 하냐며

서로를 헐뜯고

서운했던 점들만 줄줄이 늘어놓았지.

나라고 뭐, 잘한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시간이 흐르고 보니까, 그래.


우리는 사랑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서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던 거야.

아낌없이 사랑만 떠다 줘도 모자를 시간에 말이야.


내가 상처를 주고받은 일이 널 미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나 봐.

사실은 널 정말 많이 사랑해서 그랬던 건데.


그때의 악만 남아서

지금은 사랑하는 이를 찾을 때도

배경을 보게 돼.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잊어가게 돼.


차갑게 흘러가는 긴 밤의 시간 동안

나는 냉혹한 밤중의 냉기만 느끼고는

사랑함에 있어서 무엇이 제일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게 돼.


은하가 흘러가는 동안 우리도 많이 변했지.

세월이라는 시간 아래 인간은 속수무책이었어.

변하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랑의 벽도 허물어지기 시작했어.

바보 같지? 실은 사랑의 벽이 무너지던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바라보는 눈이 달라 서로를 찾지 않게 된 건데.


우리가 사랑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예쁘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오늘도 악몽을 꿔.

너와 철없이 웃고 떠들던

돌이킬 수 없는 그때, 후회의 순간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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