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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Oct 28. 2022

집착


 감정이 범람하는 사랑이라는 바다에서, 너에 대한 그리움 하나 유실하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생각보다 아주 얕고, 휘발성이 강하고, 어느 때엔 성질이 쉽게 변하기도 했다. 그리움이 사라지기도 했고, 짙어지기도 했고, 짙어지는 정도는 결국 집착을 낳았다. 한 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날들이 없었는데. 이제는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따위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너의 세계가 처참하게 멸망해버렸으면 하고 바랐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마주한 너의 소식에 애써 눈을 비볐던 것은, 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너를 완벽히 잊었다고 생각했건만, 예기치 못하게 접한 너의 소식은 또다시 나를 미련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너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건 난데, 나는 새벽이 밀려들면 너의 숨은 소식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는 숨은 너를 찾은 날에는 너의 하루들을 더 캐보려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네가 나를 평생 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가도, 어떤 날은 네가 날 아직 잊지 못했을까 봐 자만에 찬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너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몸만 멀어졌을 뿐 모든 게 그대로일까 봐. 네가 행복했으면 했지만, 정말로 행복해져 있을까 봐. 나만 불행할까 봐.


 나는 차츰 널 잊어갔지만, 너에 대한 감정도 잃어버렸지만, 가끔은 이상한 집착만 남아 네 소식을 찾아 헤맨다. 정말 날 완벽하게 잊고 사는지, 행복해졌는지, 혹은 아직도 날 잊지 못하고 사는지를. 어떤 상상은 유쾌하기도 했고, 또 어떤 상상은 지옥 같기도 했다.


 이제는 내 감정이 명확히 어떤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뭐라고 해야 할까? 미련이라고 하기엔 이제 내 사랑도 바닥이 드러났는데 말이다. 미련보다 더 얕은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까. 이마를 탁 칠만큼 명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내내 눈을 둘리다가, 질끈 감아버린다. 아무래도 좋다. 더는 네 생각을 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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