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무척 지칠 때는, 눈을 감을 기력도 없어.
가만히 누워 가지런히 두 손을 배꼽 위에 포개고 천장을 올려다봐.
엊그제 때려잡은 모기가 납작하게 짓눌려 있는 천장을.
새하얀 벽지에 남은 오점은, 마치 언젠가 내가 저지른 실수 같아.
이상하게 그 부분만 도드라져 보이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지난날의 후회들이
아주 은근한 노을빛처럼 뭉근하게 펼쳐져.
그때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모든 걸 악착같이 해내야만 했을까, 그게 옳다는 듯이.
붉은 기억들이 눈앞에 짙어질 때 즈음 두 눈을 천천히 감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실수투성이의 지난 과오들이 흘러 넘쳐.
수평선 바깥으로 범람하는 바다는, 지구본이 아니라 평평한 지대야.
자꾸 걸어가다 보면 내 몸은 우주 밖으로 밀려나게 되겠지.
이 거대한 폭포수는 어디까지 쏟아져 내릴까?
내 자존감과 자존심, 후회로 똘똘 뭉친 영혼은 어디까지 고꾸라지게 될까?
이제는 싫잖아, 이런 생각.
나도 더는 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평평한 지구의 바다에서 하염없이 밀려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 평평한 지구에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