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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Aug 13. 2022

잠겨 죽을 것 같은

 한 밤에 우울감이 솟아오른다. 물을 마시며  떠는 몸을 진정시켜보아도 쉽지 않다. 턱밑까지 밀려드는 구역질을 참으며, 메슥거리는 가슴을 주먹으로 친다. 그래도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저녁 께 먹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 우울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선, 가슴에 벅차게 차오른다. 그 해변의 파도가 넘실넘실 밀려오다, 이내 움푹 파인 가슴에 범람한다. 그득 차올라 심해가 될 때까지.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한참 구역질을 참아내느라 혼이 났다.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있는 힘껏 숨을 몰아 내쉰다. 숨이 너무 과하게 들어찰 때는, 호흡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허억, 헉.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을 내쉬었다. 빠져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그 우울의 바다에, 아주 짙은 어둠에, 죽음이 드리운 새벽녘에.

 손을 부들부들 떤다. 결국 허억 거리다 숨을 토해내듯, 허공에 가슴에 찬 감정을 게워낸다. 이상하게 나오지 않는 울음, 애써 참아냈던 감정을 토해내듯, 그마저도 아주 얕은 신음으로 한 호흡을 게워냈다. 속이 울렁거린다. 가슴이 벅찬다. 이유 모를 우울감이 엄습한다. 그런데 날 도와줄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다.

 새벽이 유독 고독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찰나의 우울감을 내색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은데도, 그들에게 나의 힘듦을 토로하기 쉽지 않다. 내가 빠져 죽어가는 걸, 벅차올라 숨을 어렵게 토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 어둔 새벽, 부들부들 떠는 내 전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남모르게 앓다가, 남모르게 죽어가도 모르게,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 거북하고 알량한 이유가 새벽을 더욱더 고독하고 처절하게 만든다. 혼자서 견뎌내기엔 무척이나 버겁고 무서운 시간들을. 꾸역꾸역 울음을 삼켜내기 위해, 어둠과 처절하게 싸우는 지금이.

 어떻게 해야 이 고독과 우울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누군가의 전화 한 통이 날 이 우울감에서 꺼내 줄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지금은 아무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다. 아니, 아무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다. 아니, 받고 싶지 않다. 고독하고 쓸쓸한 시간을 홀로 견뎌내는 밤이란, 아주 외롭고 두려운 시간이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한편으론 혼자 있고 싶다. 밤이 싫다. 어서 이 시간이 흘러가버렸으면 좋겠다.

 잠겨 죽을 것 같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이 우울감에, 이 어둠에, 조금씩 드리우는 그림자에, 파도에, 그리고 아주 짙고 검은 심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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