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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싫을 때 해결 방법

by 김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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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오늘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진짜 꾸역꾸역이라도 해내야만 할 테다.


보통 내가 일을 하기 싫어할 때는, 일이 잔뜩 쌓여 있을 때다. 물론 나중에 해도 상관은 없지만, 나에게는 오늘 반드시 깨야만 하는 단계 같은 게 있었다. 오늘 하지 않으면, 한없이 늘어질 것만 같은. 한 단계를 클리어해야, 또 다음 단계를 향해 레벨업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럴 때면 나는 듣고 있던 신나는 팝송을 끈다. 신나거나 혹은 상당히 소란스러운 음악은 대체로, 노동이 무르익었을 때 적합한 플레이리스트였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우선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재즈를 틀어놓기 시작하면, 내 머릿속 강가를 헤엄치는 여러 가지 일감들을 그물로 걷어 올린다. 그것들을 머릿속에 펼쳐놓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순서를 매기기 시작한다. 생각하는 것이 버거울 만큼 감당이 안 되는 일들이라면, 우선 적고 본다. 뒤죽박죽 뒤섞여있던 생각들도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사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대체로 글을 쓰는 일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는 지역 잡지의 콘텐츠를 작성하고 정리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어쩌다 보니 한 재단의 잡지를 통째로 총괄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써야 하는 원고의 양은 상당했다. 거기에 출판사 마케팅도 하면서, 신간 표지도 정리하면서, 책 디자인도 해야 하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해야 함은 분명했다. 사실, 뭐가 더 중요하다고 순서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나에게는 전부 막중한 업무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브런치에 글 쓰는 일을 먼저 택했다. 막중한 일을 시작하기 전, 나에게 치르는 차분한 의식 같은 것이랄까. 브런치 글을 주르륵 써 내려가고 나면, 그다음 글도 주르륵 써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재즈를 들으며, 어느 정도 일을 대하는 태도가 예열되었다고 해도, 나는 계속 이 플레이리스트를 고집한다. 마음을 간지럽히는 가벼운 피아노 선율이, 왠지 내가 더 간질간질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분이다. 이렇게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키보드에 올린 손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써 내려갔으면 하는 마음마저 든다. 지금 이 순간, 막힘 없이 무언가를 써내려 간다는 것, 혹은 일을 계속해서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일의 리듬에 적응이 되어간다는 뜻일 테다.


잔잔한 재즈 혹은 리듬이 차분한 음악을 들을 것

할 일들을 나열하고, 우선 한 가지 일을 시작할 것

끝낸 일은 빨간펜으로 시원하게 그어버릴 것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꼭 무거운 일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가벼운 일부터 시작해도 좋다. 어떤 선택이든 일을 시작할 때의 온도를 지켜나갈 수 있다면, 당신은 다시 잃어버렸던 일의 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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