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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Apr 17. 2024

당신은 우는 얼굴을 하고


아말피의 밤 노래 / 사라 티즈데일


별이 빛나는 하늘에게 나는 물었네

내 사랑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지

하늘은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

오로지 침묵으로


어두워지는 바다에게 나는 물었네

저 밑에 어부들이 지나가는 바다에

바다는 내게 조용히 대답했네

아래로부터의 침묵으로


오, 나는 그에게 울음을 주고

아니면 그에게 노래는 줄 수 있으련만

하지만 어떻게 침묵을 주리오

나의 전 생애가 담긴 침묵을




 당신의 넓은 품에 얼굴을 묻고 당신을 바라보던 나는, 내일이면 달라질 우리의 일상에 대하여 떠올렸다. 당신 없이 보낼 수많은 날들이 얼마나 힘겨울지, 슬프거나 또는 얼마큼 가슴이 뭉그러질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그래서 어쩌면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왠지 언젠가 당신을 또 볼 수 있을 것 같고, 아니 어쩌면 몇 시간 뒤라도 당신이 보고 싶다면 또 달려가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보고 싶은 순간마다 달려가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함께 있는 시간은 금세 닳아졌다. 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몇 시간뿐인 걸까. 증기처럼 가볍게 떠올라버린 시간들을 보내면서, 우리의 사랑도 조금씩 뒤틀려지고, 변해갔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사랑도 욕심이었던 걸까. 그렇게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던 당신을, 이제는 놓아주어야 했다. 나는 족쇄처럼 당신의 발을 잡고 놓지 않았다. 훨훨 날아가야 마땅한 사람, 운명과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사람, 그럼에도 끝없이 외로워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 내가 그런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삶을 쥔 채로 놓지 않았다. 세상엔 무한한 만남 같은 것은 없었다. 끝이 있는, 오직 유한한 사랑만이 있었다. 내가 당신을 놓아주는 것이, 당신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것이었다. 우리의 인연도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걸까.

 우리가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면, 내가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당신을 평생 만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당장 내일, 아니 지금 이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지난밤들이 모두 지워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우리가 우리를 잃어버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끝을 예상하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선택이 이어 붙을 때마다 아쉬움과 욕심은 점점 더 커졌다. 우리는 현재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뱉었다가, 또 뜨겁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질 거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사랑은 사람으로 잊힐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으면서도, 가슴 한 편이 저몄다. 나는 한참 당신의 품에서 뜨겁게 울었다.

 차라리 우리가 웃으며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가끔, 당신의 마지막 얼굴이 떠오른다. 환히 웃는 모습이 아름답던 당신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울상이 된 모습을... 나는 당신의 우는 얼굴을 보고 나서, 오히려 더 당신의 곁에 다가가기 어려워졌다. 당신이 나 때문에 슬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모든 선택과 인생과 삶과 그리고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러기엔 당신의 우는 얼굴은 아름답고 또, 너무 아프다.

 내 인생에서 수많은 밤을 보냈지만, 단 하나의 잊지 못할 밤이 있다면, 당신의 우는 얼굴을 보던 그 밤일테다. 너무 포근하고 따뜻해서, 추운 시간에도 춥지 않았던 밤. 그 품을 떠나자마자 가슴에 불어닥친 쓸쓸함에,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울기만 했던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당신의 품을 떠올리며 몸살 앓았던 밤.

 먼 훗날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때 당신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울더라도, 정말 행복한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많다. 보고싶다는 말보다 더 아련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짙은 표현이 뭐가 있을까. 하지만 차마 고백을 뱉지 못해, 못내 삼킨다. '오늘도 보고싶어.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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