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낯간지러운 그 말이
살아가다 가끔, 불쑥 튀어나와서는
입가에 은근히 맴돌곤 한다
그리운 그 시간이 어떤 순간이었는지를 몰라
혼동하기도 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던 순간인지,
그 사람의 따뜻한 모습인지,
햇살이 은은하게 쏟아지던 창가인지,
그 모든 찰나의 분위기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사랑한다는 말을 그리워하며
차마 내뱉지 못하는 말을 삼키며
조금 불쾌해져 인상을 찌푸리고 만다
아무에게라도 그 말을 뱉어버리고 싶은데
그럼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가
변색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그리워한다는 건,
그 말을 하던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의 당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한편으로는 또 서글퍼져
외롭다가 불쾌했다 서글퍼지는 감정의 난장 속에 얼굴을 파묻고
차마 내뱉지 못할 고백을 틀어막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어떤 이름을 되뇌어본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짙고
그리움보다 더 진한
어떤 이의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