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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Jul 22. 2022

사랑한다는 말이 그리워서

사랑한다는 낯간지러운 그 말이

살아가다 가끔, 불쑥 튀어나와서는

입가에 은근히 맴돌곤 한다


그리운 그 시간이 어떤 순간이었는지를 몰라

혼동하기도 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던 순간인지,

그 사람의 따뜻한 모습인지,

햇살이 은은하게 쏟아지던 창가인지,

그 모든 찰나의 분위기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사랑한다는 말을 그리워하며

차마 내뱉지 못하는 말을 삼키며

조금 불쾌해져 인상을 찌푸리고 만다


아무에게라도 그 말을 뱉어버리고 싶은데


그럼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가

변색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그리워한다는 건,

그 말을 하던 순간이 아니라

그 순간의 당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한편으로는 또 서글퍼져

외롭다가 불쾌했다 서글퍼지는 감정의 난장 속에 얼굴을 파묻고

차마 내뱉지 못할 고백을 틀어막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어떤 이름을 되뇌어본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짙고

그리움보다 더 진한

어떤 이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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