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수 아래
유리조각들을 숨긴다
작은 조각 하나
눈에 띌까
정성스레 모아
모두 끌어 안고
황급히 어둠을 삼킨다
조그만 빛이 새어들어와도
영롱한 오색빛깔
눈을 빼앗길 것 같아
연거푸 몸을 웅크린다
헐레벌떡 부산히도
몸부림치며
힘겨이 내려 앉은 호수에
불현듯
색을 죄다 집어삼킬
길다란 먹 그림자가
조용히 드리운다
화들짝 놀라
거세게 끌어 안은
조각들이
날카로이
가슴을 관통한다
검은 호수 아래
날개가 흘러 펴진다
더 깊이 가라 앉는건지
박차고 날아 오른건지
온 정신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