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추억
희뿌연 구름 사이로
올해 처음
곱게 빚어낸
새하얀 반죽을
잘게 뜯어
흩뿌린다
흩뿌린 반죽은
마음속
평평하고 기름진 곳에
뿌리내려
이내 가지마다
예쁜 꽃이 만개한다
꽃들이 질 때쯤
꽃가지 사이로
열매가
영글어지는데
보기엔 먹음직스럽고 예쁘지만
맛은 삼키기도 힘들 만큼 떫다
결국 따먹지 않은
열매의 무게는 점점 더해
하나 둘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곧 물러져
땅을 질퍽하게 적시다
작은 웅덩이가 된다
이 웅덩이가 차고 넘쳐
어느 한 곳으로
흘러나가
잠시 맺히는가 싶더니
이윽고
두 뺨을 타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