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봄의 어느 가운데쯤에서
마주친 나비는
이미 꽤나 지쳐있었다
꿈이 휘날리던
당찬 날갯짓은 잃어버린 채
눈앞의 완연한 봄에 불구하고
나비의 지친 날갯짓은
이미 봄의 종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봄날을 기다리는
염원을 담고 저 높이 날다
지쳐 내려 앉아
그 버거운 무게를
견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덧
다신 높이 날지 못할거라는
최면에 빠졌는지도
혹은
아름다운 꽃밭이 아닌
침몰의 늪 위에서만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자신이 나비였는지도 잊은 채
그저 늪에 빠지지 않으려
바퀴가 굴러가듯
의무적인 비행을 하고 있었는지도...
봄의 중턱
아름다운 계절
그 계절안에서 마주친 나비는
봄을 즐기지 못했다
제 인생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억지로 받아내고 있었다
어렵사리 어렵사리
슬픈 곡예비행을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