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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노트 Jan 15. 2022

파일럿에게 필요한 한 가지 능력  2



나는 따뜻한 커피 잔을 두 손으로 잡으며 묵묵히 이어서 하실 말씀을 기다렸다. 따뜻한 열기가 손 끝에서 어깨를 타고 머리까지 느껴졌다.


"버티는 거야, 버텨야 해. 네가 원하는 꿈이 있잖니. 그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버티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

“아무나 선택할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의외에 대답이었다. 내가 나도 다 안다고 생각할만한 책임감, 성실함 같은 조언인  알았다. 소위 어른들이 해주는 이상적인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내가 세운 목표를 아루기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였다.  후로  이십 분간 비행을 하고 싶은 이유와 마음가짐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교수님은 침착하게 나와 눈을 맞추시며 꽤 진지하게 들어주셨. 두서없이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모습에 좀전에 내 태도가 창피해졌다. 비행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꿈을 품고 얼마나 진지하게 삶을 바라보는지를 보고싶으셨던것 같았다.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며 대화가 마무리되어  때쯤 교수님께서는 이른바 '존버' 정신을 다시 한번 강조하시고는 학교로 들어가셨다.


   개월  미국으로 넘어가 바로 비행을 배우기 시작했. 처음 어설프고 어려웠던 비행이 점차 익숙해지고 마침내 자격증을 취득해 이른바 비행으로 돈을  자격을 갖추었다. 이제 비행은 이전에 나의 불규칙했던 삶을 바꿀 만큼 더욱 사랑하고 사명감을 느끼는 기술 혹은 직업이 되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이 하나둘씩 마무리되고 드디어 한국으로 귀국을 며칠 남겨놓지 않는 어느  그때  카페에서 나눈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추운 겨울 동그란 테이블 위 따뜻한 커피 두잔과 진지했던 대화 그리고 버티라는 현실적인 조언 덕분이였을까. 입국과 동시에 터진 코로나 확산으로 비행 시작에 우여곡절 많았지만 일년 팔개월의 시간을 견뎌냈다. 교수님을 향한 감사와 동시에 나도 꿈을 꾸는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들이 다가올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비행을 먼저 시작하지 못했. 오자마자 비행 대신 그때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존버'하는 법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도착한  이틀 만에 우환 폐렴으로 금방 끝날  같던 바이러스는 이름을 COVID 19 바꾸고  세계를 덮었다. 한국, 미국, 호주   국가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공항을 폐쇄하고 입국을 제한했다.  말은  미국에 있는 크고작은 공항 모두 비행을 중단한 . 비행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는 문을 닫고 기약 없는 '셧다운' 돌입했다. 많은 한국 학생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버티지 못한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 남겨진 몇몇 학생들은 기숙사 안에서 학교가 다시 부를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얼마  돌아간 학생들  대부분이 비행을 포기했다는 말을 들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이상 비행이 하고싶어 준비했던 사람들이였다. 그들의 선택이 안타까웠다. 포기했다는 것보다 포기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상실감이 더 아 일은 비단 우리 학교 만에 일이 아니였다. 한국에  항공사는 문을 닫아야 했고 많은 조종사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대로 항공업계가 초토화됐습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버티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 상황을 예측하시고 말씀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상황에 비행을 그만둔 사람들이 의지가 부족했다는 생각은 제 머릿속에 담아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벌어진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마음 아팠습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저는 제 지인을 포함한 그들의 삶을 더욱 열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주신 답을 다시 떠올리던 그때 왜 끝까지 버티라고 강조하셨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조종간을 떠난 그들과 반대로 끝까지 쥐고 있는 우리 모두 태어난 목적을 다하기 위해 삶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결함은 그 누구도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힘껏 조종간을 붙들고 있는 자신이 과연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때론 쓸데없는 고집으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륙할 때마다 느껴지는 설렘과 제 결함이 섞여 두려울 정도 강하게 삶을 나답게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 소리야말로 지금까지 스스로 선택한 삶의 길 위에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버티고 서 있게 하는 이유입니다. 비행을 하며 사는 삶을 끝까지 살아내고 싶은 저의 열망과 당신의 마음에 소리가 외치는 삶을 사는 삶이 더 빛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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