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기 라이프 Aug 15. 2019

회사라는 안전망. 그리고 단단한 벽,

퇴직을 앞둔 고민들...

벌써 17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두근거림을 느끼며 첫 출근 했던 날로부터.

첫 월급이 85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통장의 잔고를 보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일했고 그간 두 번의 이직을 했고 월급도 꽤나 많이 올랐다. 어느새 40대 중반... 이제는 회사에 선배보다 후배들이 훨씬 많다. 그리고 회사일에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고, 탄탄대로 같기만 하던 회사는 미중 보호무역, 일본의 경제 공격, 막대한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한 중국기업들의 무차별한 공세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고도성장에 취해 있어 느끼지 못하고 있었나... 어느새, 하지만 분명하게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원 없이 일했고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퇴직을 하려 하니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결단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무엇이 나를 짓누르고 있을까? 회사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걷혀진다고 생각하니 그것은 오히려 거대한 벽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서커스단에서 오랜 시간 길들여진 코끼리는 작은 말뚝의 밧줄에도 도망가지 못한다고 했던가. 막상 퇴사가 현실로 다가오니 여러 가지 감정이 몰려온다. 보이지 두려움에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심하다고 느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경쟁에 밀려 팀장이나 임원이 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어정쩡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 예전에는 열심히 일했지만 '한자리' 주지 않는 회사를 탓하며 빈둥빈둥 논다. 이전에 본인 밑에서 일하던 후배가 팀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고분고분 할리 없고, 자기는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꼰대 행세를 하니 후배들이 좋아할 리 없다. 동기들은 모두 팀장, 임원이 되거나 혹은 퇴사했는데 밖에서 할 일이 없으니 자신은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다. '왜 회사를 나가서 자신이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생각을 못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사람이 되어 보기 전에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 했던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리고 내가 점점 그 모습이 되어가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들이라고 왜 벗어나고 싶지 않겠는가? 막상 새롭게 출발을 하자니 엄청난 공포감이 몰려왔을 것이다. 부모나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혹은 아내가 아프거나, 큰 빚을 갚고 있는 중이거나, 여러 시도를 했는데 계속 실패했거나... 그들은 여러 상황 속에서 어떤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그래 봐야 시간을 5~6년 연장할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으면 더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기에.


17년 동안 회사라는 안전망 속에서 지지고 볶고 생활했다. 내 몸과 시간과 영혼을 주고받은 돈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처음부터, 혹은 회사 중간에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며 좌충우돌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부럽기도 했지만 지나온 삶의 후회는 없다. 그것 역시 내가 선택한 거니까. 앞으로의 발걸음이 중요할 뿐이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데로, 회사에서 '존버'의 길을 걷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을 시작한다고 당당하게 퇴직할 수 있는 여건이 멋지게 펼쳐지지는 않는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도, 또한 돈 공부를 하며 작은 투자들을 시도 한 지도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나를 더욱 옭아매기도 한다.


무기력한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저 TV를 보다가 잠이나 자고 싶을 뿐, 지쳐버린 나의 뇌는 어떠한 다른 시도에 에너지를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런 선택이 더욱더 크고 깊은 악순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일이고, 앞으로 하려는 일이 맞다면 매일매일 포기하지 않고 하려는 무의식적 습관이 형성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종종 한 페이지 읽기나 1분 명상, 전화 한 통 걸기로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핵심은 뭔가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실행하려는 습관을 완전히 체득하는 것이다. 습관이 자리를 잡아야만 그것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中>


퇴사만 하면, 하고 싶은 일을 멋지게 시작하겠다는 것은 환상이다. 오히려 불안감과 혼란 속에서 실수하고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평소에 원하는 일을 습관으로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그 일을 확장하면 되는 것이다. 퇴근하고 파김치가 되어도 하루에 단 10분만이라도 하고자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습관을 점검하고 반성하고 보완할 점을 적어본다.


주기적 숙고와 복기는 적당한 거리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다. 큰 그림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변화들을 볼 수 있다. 봉우리와 골짜기 하나하나에 사로잡히지 말고, 전체 산세를 보도록 하라.
마지막으로, 숙고와 복기는 행동 변화의 가장 중요한 측면 하나를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최상의 시기를 제공한다. 바로 정체성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中>


회사 동료들과 소주 한잔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이어진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이 다르지만 또 다른 삶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은 공감한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에서 버티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어설픈 서로의 위안으로 마무리된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마법 같은 방법은 없다. 지금, 그리고 매일매일의 작은 시도가 길을 만들어 줄 뿐이다.

 

사회생활의 안전망이었던 회사는 어느새 벽이 되었고, 그 벽은 가만히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내 몸 쪽으로 밀려 들어온다. 좁은 방안에 가만히 있다가는 결국 벽에 눌려 질식당할 것이다. 있는 힘껏 밀어 숨 쉴 공간을 만들던지, 아예 벽을 부수어 무너 뜨리던지, 아니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문을 찾아서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작가의 이전글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누구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