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기 라이프 Mar 01. 2020

일단, 운동화만 신어볼까?

(feat.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최근 운동 시간을 새벽시간대로 바꾸었다. 반드시 해야 할 to do list 중 하나인데 저녁으로 미루다 보면 운동 못할 이유가 수백가지가 생겨서 결국 건너뛰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예상치 못할 장애물이 생긴다. 새벽마다 따뜻한 침대 속에서 마냥 머무르고 싶은 강력한 원초적 본능과 마주하는 것이다.


이럴때 스스로 되뇌이는 주문같은 중얼거림이 있다.

"일단 운동화만 신어보자. 그래도 가기 싫으면 가지 말자."


운동화까지 신었다가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헬스장이다. 기왕 간 김에 열심히 달린다. 터져나오는 심장박동 소리와 함께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면, 중독되기 쉬운 묘한 쾌감이 나를 사로 잡는다.



심각한 불안과 우울증, 강박장애에 공황발작까지 겪고 있던 저자 벨라마키의 탈출구는 달리기 였다. 처음 달린 시간은 딱 3분. 그것이 시작이었다.


'딱 1분만 더!'가 나의 슬로건이 됐다.
내 경우에는 1분만 더 뛰자고 기를 쓰고 발을 떼다 보면 최소 5분은 더 뛰는 게 보통이었다.내가 두려워했던 것과 달리 낯선 곳에 가도 공황발작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요와 여유를 누렸다. 나의 불안한 마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정서였다. (p178)


끊임없이 몰아치는 불안의 소용돌이에 한번 휘말리게 되면, 왠만한 내공으로는 견디기 힘들때가 많다. 그럴땐 운동만한게 없다. 운동 중에서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이다.

장소에 별로 구애 받지 않고, 부상의 위험 또한 적다.

나이? 상관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내 맘대로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다.

도대체 이게 걷는것인가? 뛰는 것인가? 헷갈릴 정도의 속도를 내도 누가 머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집 가까운 적당한 곳에서 걷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나의 한걸음에 집중하다 보면 불안감은 마음속으로 흘러왔다가 어느새 다시 흘러 나간다. 지금 이순간을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반복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재수가 좋으면 어느날 부터 '러너스 하이'라 불리우는 짜릿한 쾌감도 맛볼 수 있다.


내키지 않아도 밖으로 나가서 달리면 머리가 맑아지고 어느새 주변 세상과 하나가 된다.
내 뇌가 세상에는 내 안의 두려움 말고도 다른 것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들이 보이고 아름다운 것과 못난 것이 보인다. 내 발이 지면과 하나가 되고, 나는 오롯이 지금 이순간에 존재한다. 아무리 어설프고 아무리 느릴지언정 몰입이 일어난다. (p329)


거창하게 매일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은 필요없다. (어차피 못 지킨다) 1분만 뛴다고 생각하고 나가자. 그것도 어려우면 잠깐 운동화만 신었다가 맘에 안들면 벗는다고 생각하자. 다행히도 기분이 내켜서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데로 걷고 뛰다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된다.


저자는 불안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라는 해독제를 소개한다. 또한 책을 통해 불안, 우울, 강박,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저자의 경험을 접목시켜 세세하고 깊이 있게 전달하는데, 워낙 글 솜씨가 좋아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가 쉽다.


반대로 이 책의 단점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달리기를 하고 싶은 충동이 시도때도 없이 일어난다. 충동 달리기를 하다보면 책을 완독하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참조>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벨라 마키)



작가의 이전글 울타리를 넘기 위한, 힘을 기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