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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풍경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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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진 Feb 03. 2021

먼지 우주

방 안에서 모든 일들을 해야 하는 요즘이다. 영화는 넷플릭스, 여행은 유튜브, 회의는 줌 서비스를 이용하고, 인터넷으로 장을 본다. 그런데 풍경을 감각하는 일은 밖을 나가지 않고서야 힘든 일인 듯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내 것’이라며 창 밖 후지산을 호젓하게 누리는 한 소설가*처럼 풍경을 내다보면 되지 않냐 물을 수 있겠지만, 작업실 주변에 가득한 신축 아파트 단지를 보며 ‘내 거’라고 생각하는 일은 어렵다.     


작업실 안에서 어떤 풍경을 발견할 순 없을까? 원고를 준비하는 한 달 동안 이어진 고민에 해답을 준 것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 였다. 책은 우주의 대부분이 그저 넓고 차가우며 텅 비어있는 무한한 밤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비어있냐면, 무작위로 우주의 한 공간을 골랐을 때 그곳에 별이 있을 확률이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 일 정도라고. 이런 무한한 공허로 출발한 태양 광선이 지구, 그중에서도 1.5제곱미터 남짓한 내 작업실 창문으로 와 가을볕으로 내려앉는 모습이 귀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가을볕을 받아 빛나는 먼지가 별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주를 떠올리면 방 안 풍경도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 야마자키 나오코라 저, 정인영 옮김, 『햇볕이 아깝잖아요』, 샘터(2020)

*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0년 11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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