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름을 굳이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불러야 해?” 어떤 식물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다 보면 이런 핀잔을 받게 된다. 주변 사람의 반감(?)을 일으키는 그 식물들은 바로, 목련이 아니라 ‘백’목련이다. 혹시 ‘그게 그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면, 내가 자주 보았던, ‘굳이 그렇게까지…’의 그 표정을 당신이 짓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어렸을 적, 나는 외삼촌들을 좋아했다. 어머니보다 나이가 어린 외삼촌 셋은 상냥하고 옷맵시가 좋은 서울 청년들이었다. 삼촌들에게는 내 또래의 조카 여섯 있었다. 일 년에 고작 두 번 만날 때마다 학년이 바뀌거나 키가 크는 소년 소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기에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삼촌을 좋아했다.
또, 외삼촌은 어머니를 ‘현철(형의 이름이다) 엄마’가 아닌 ‘셋째 누나’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어머니의 호칭이 ‘현철 엄마’였던 점이 불만이었다. 어머니는 ‘현철 엄마’는 ‘현진 엄마’이기도 하니까 상관없다고 하셨지만, 외삼촌이 현철 엄마나 현진 엄마도 아닌, 셋째 누나라고 부르는 그 서울 말씨는 참 다정하게 느껴졌다.
‘백’목련과 목련은 형제나 사촌처럼 가깝지만 분명히 다른 나무들의 이름이다. 백목련은 우리가 흔히 목련이라고 부르는 중국 원산의 꽃나무이고, 반면 진짜 목련은 제주도에 분포하는 자생종으로 백목련보다 드물다. 목련은 백목련보다 꽃잎의 폭이 좁고 꽃잎 바깥면에 붉은 선이 그어진 점이 다르다.
비슷한 식물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불러야 하냐,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받을 때마다 외삼촌들을 생각한다. 나도 이제 기억 속 외삼촌들의 나이가 되었고, 서울에 산 지는 10년이 넘었다. 백목련의 이름을, 외삼촌들이 “현진아”, “셋째 누나” 했던 것처럼 부르고 싶다. 조금 서투른 서울말 일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