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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진 Jan 15. 2024

방 안의 온실

식물 집사들의 계정을 둘러보면 방 안에 온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식물원에서 볼 수 있는 철제 골격에 유리로 마감된 거대한 온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온실이 방 안에 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이들의 온실은 대개 유리 수납장에 식물 생육용 전구와 작은 선풍기, 가습기, 그리고 온‧습도계를 달아 직접 만든 것이다.


온실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요즘 희귀한 열대 관엽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들 식물은 열대의 기후처럼 높은 습도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어야 무탈히 자라나는데,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경우 상태가 나빠지고 때론 고사한다. 또, 수요에 비해 유통되는 수량이 적은 관엽식물들은 구하기 어렵고 비싸기에 정성스럽게 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큼직한 아크릴 박스로 작은 온실을 만들었다. 전원을 연결하니 식물용 전구가 방안을 보라색 빛*으로 밝히는데, 그 빛이 묘하게 낯익다. 지나다니는 창문 너머로 몇 번인가 그 보라색 빛을 보았던 것이 기억난다. 다른 식물 집사가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 그리고 그 방 안에도 온실이 있다는 것이 괜히 반갑고 기쁘다.


*보라색 빛 ) 요즘은 이 하얀빛을 내는 식물등이 더 흔한 듯하다.

*월간 <환경과 조경(Landscape Architecture Korea)>에 2021년 9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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