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나이의 반비례 곡선
문득 혼자 멍때리면서 생각하다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와닿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실 30대 중반을 지나가는 지금 이 시점에 나는 아직 그렇게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할 수 있는게 많은 청춘이라 생각하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됬을까?
아마 주변 어른들의 부고 소식이 점점 잦아지면서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친구, 지인의 조부모, 부모의 부고가 시간이 흐를 수록 잦아지고, 아직까지는 많이 놀랍긴 하지만 점점 받아 들여나가야 하는 일 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훗날 내 가족들의 부고를 맞이할 때를 상상하게 되었는데, 그때 딱 꽂힌 생각이 하나 있다.
주변 어른들이 한 두분 돌아가실 때 마다 '내 어린시절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줄어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나의 부모님을 포함해 이모들, 부모님의 지인들은 나를 만나면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어린 시절이라는 것이 내가 기억이 나지 않는 갓난 아기의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아기가 좀 울어야 아기 다운데(?) 나는 너무 울지도 않아서 바보인줄 알았다는 둥, 말을 너무 잘 들었다는 둥, 화장대에 세워놨더니 서서 졸더라 등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꺼내고,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추억하며 즐거워하시는데 당연히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어릴적 내 사진과 그 기억들이 조합되어 하나의 장면처럼 보일 정도.
아무튼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고, 떠날 것이라는 사실이 확 와닿았다. 사실 세상의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점점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내 어린 시절의 추억 회상은 줄어들겠지만, 그 자리를 나의 혹은 내 가까운 누군가의 자식과의 추억으로 채워나가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내 어린 시절을 얘기하며 웃는 사람들이 내 곁에 없는 순간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기도 하고, 그 순간이 언젠가는 오겠지만 두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도 뭉클하다. 뭉클하다기 보다는 가슴이 먹먹하다. 내 곁을 떠날 사람들 중에 이모들도 있을 거고, 결국 부모님도 언젠가는 떠나실테니. 그래서 더욱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분들이 내 어릴적 얘기 하는 것, 아무리 자주 하고 매일 한다 하더라도 내가 나서서 막지 않는다. 그 얘기를 들을 시간도 이제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
내 어린 시절의 기억과 내 나이의 그래프는 반비례 곡선을 그리겠지만, 그 곡선을 지나치며 마주하는 최대한 많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오늘 집에가는 퇴근길에 엄마한테 전화나 한 통 해야지.
그럼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