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후기
천지가 흔들리듯 위인지 아래인지 모르는 날들. ⠀⠀하루인지 이틀인지 그도 아님 열흘인지 혹은 그보다 더 되었는지.
쉼없이 흐르고 있을 시간마저도
이젠 이 발목 붙잡지 못한다.
신념을 꺾어 삶을 하루쯤 더 영위하면
이미 부서지고 조각난 육신, 그리웠던 혈육 곁에서
고단했던 과거들을 이불 삼아 쪽잠이라도 청해보겠건만
후에 내 고결한 영혼의 생채기들이 안타까워
차라리 내 육신을 먼저 버리는 것이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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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 날에는
내 누이와 그 누이의 아이가 딛고 걸어갈 땅이
설령 진흙밭일지라도,
황폐해져 풀 한포기 살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는 것보다 못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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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들이 걸어갈 때마다
썩은 뿌리들이 숨을 죽일 것이고
그 죽은 뿌리의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고 잎이 자라
마침내 기다리던 꽃이 필 것이니.
내 몸뚱아리는 그들 마음대로 어찌하더라도
내 정신은 수 천번 수 만번 연마질 당한 무쇠의 그것처럼
긴 시간 뒤 어느 날에도 청아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