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시간이 쌓여있었다.
한 계절, 한 계절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때론 들뜨고 때론 차분히 가라앉아있던
감정의 단편들의 연속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워야 했고 깨달아야 했다.
불처럼 타오르고, 모든 것을 태워 피웠던 애정의 시발점은 정상에 도달하고 머지않아 차갑게 식었다.
웃음소리로 시끄러웠고, 토닥거림으로 따듯했던 마음 한편에 물에 젖은 장작처럼 내던져진 나 혼자만이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울어댔다.
너는 스무 발 정도 가버렸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뒤따라오지 않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언제나 앞장서서 사라져 버리는 나를 쫓던
그 따뜻한 눈과 손은 이제 내게론 향하지 않는다.
내가 흘려보낸 눈물의 웅덩이 속에 잠긴 채,
나는 비워져 버린 사랑의 무덤 위
배워야만 하는 기다림과 마주했다.
네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알기에
이 기다림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것.
너와의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
잊고 살던 나만을 위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나로 인해서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그때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조금 덜 울고 조금 덜 아플 수 있게.
네가 없이도 살아왔고 살아왔었기에
그리고 지금은 네가 없이도 살아내야 하기에.
그다지 거창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연애였지만
그래도 내게는 순간순간이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던 고역과 환희의 순간이었기에 어렵겠지만
오직 나만을 위한 기다림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