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것 같았어

꽃병에 꽂힌 이야기

by 조일

"우리 내년에 홈커밍데이 해야 하는데, 미리 애들 모아보고 있어. 너 요새 여의도에 있나? 시내?"


"그만 둔지 좀 됐어."


"에이. 니가 그만다니,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냐?"


"좀 힘들어서."


"많이 아픈 건 아니고? 넌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무심한 남들 던 나의 현재를 정작 나는 왜 그토록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힘내. 애들한테는 너 이야기 안 할 테니까 홈커밍데이는 신경 쓰지 마."


*


과거의 조각들이 현재를 이루고, 이 현재가 다시 미래의 조건이다면, 현재는 그저 과거의 고통을 미래로 전달하는 얇은 통로일 뿐일까? 아무것도 걸러내지 못한 채, 고통을 고스란히 넘기는 개자에 불과한 것일까.


돌아보면, 집과 학교의 일들을 열심히 하며 버텼지만, 그곳에선 늘 긴장되고 두려다. 어떤 것들 흉기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고, 그래서 자꾸만 나 자신을 소진시켰다. 그것들은 내 욕망의 호한 대상이었다. 다가서면 상처 입고, 바라보면 너무나도 함께하고 싶어지는 그런 속상한 조각들이었다.


나는 그것들의 일부였음에도 왜 그토록 맞추어지지 않았던 것일까?


*


잘린 전화기 너머로 그간의 일들을 말하고 싶어져 울음이 났다. 나는 여전히 그러는 사람이었다. 끊어진 시간들에 맘을 기대어 놓고는 좌절하고, 원망하고, 외로워하는.


그렇게 살아온 과거가 지금을 만들었고, 이 현재가 미래를 더 시들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역시나 나는 내 삶에 죄를 지으며 살고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고작 몇 가닥 추억 때문이다. 과거는 미화된다지만, 추억은 곧 그리움인 것이다.


길 위에 스러져가는 까운 이야기들을 우리 집 화병에 꽂아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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