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 속에서 너는
흔한 길가의 전봇대였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과
얼기설기 얽혀있는 것들로
가까이에 또, 어디에나 있었지만
오롯이 내게 집중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몇 블록 건너에도
서 있는 전봇대처럼
나는 너를 시선에 두었다.
너는 그 자리에 있었다.
빛바랜 낡은 등 아래,
너로 인해 나는 빛을 보고
세상으로 기어 나왔다.
그 새벽, 가장 환한 빛은 너였다.
깜박임이 잦아지고 어느샌가
그 깜박임조차 사라질 때.
새벽이 지나가고 동이 트고,
나는 그 빛이 없어도 세상을 보았다.
너는 이제 내 곁에 없지만,
그 새벽의 빛은 여전히 남아있다.
너는 내게
그 흔한 길가의 전봇대였고, 가로등이었다.
-P.M 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