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것들과 그 날,
가을이 온 듯한 날도 잠깐,
전부터 말해오던 바람이 점차 거세지더니만
어느새 두툼한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 하는 겨울이 왔다.
해가 갈수록 느끼지만
봄과 가을은 정말 잠깐새에 지나 가버린다.
따뜻하고 싱그러운 봄을 느끼기도 전에 더워지고,
시원하고 가라앉는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와버린다.
어느덧 계절은 여름과 겨울만 남아 있는듯한 기분.
그 많은 계절을 보내오면서 스쳐 지나가는 봄과 가을처럼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스쳐 보냈나 싶다.
내게 다가오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그렇게 지나가기도 하고,
이미 와버린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보내고 마냥 이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여 알고 있다 하더라도 또 보내는 것들이 있겠지.
어느덧 달력이 두 장 밖에 남지 않은 오늘처럼 말이다.
겨울 향기가 나는 11월의 마지막 날쯤에,
넘겨버릴 한 장의 달력을 두고 또 소망해봅니다.
스쳐 지나는 것을 잊지 않기를,
이다음에 또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