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베개에 대해 써라

2024.2.22.

by 친절한 James


쉬는 날이었다.

거실에 있다가

안방에 들어갔다.

왜 그랬을까.

그냥 그랬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베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하얀 덮개에 싸여 나란히 누워서

침대머리에 자리 잡은 두 덩어리.

하늘거리는 잠수복 같은 기분,

밤잠 속으로 가라앉아야 할 것 같아.

무거운 머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지난한 시간들을 애써 버텨왔다.


침대에 누웠다.

베개에 머리를 얹었다.

천장을 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옆으로 누웠다.

당신 베개가 어리둥절했다.

기화된 웃음은 공기를 떠돌고

스쳐간 추억은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기에 스민 감정의 조각들이,

증발해 버린 감성의 파편들이

눈가에 파고들었다.

시큼해졌다.


베개 커버를 세탁해야겠다.

불빛에 드러난 부드러운 민낯,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한숨 쉬었다.

햇볕에 좀 말려야지.

노을에 비스듬히 걸린

베개 두 개가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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