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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Aug 03. 2024

특별한 것 없는 날들의 세부 사항들

2024.8.3.


오늘도 해가 떴다.

어둠이 가라앉고 빛이 피어난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풍요로운 성장의 계절 여름,

햇살이 일렁이는 해변을 거닐며

일출을 바라보았다.

제주도에서의 7번째 날이 밝았다.


K는 한달살이 중이다.

일주일 전 설렘 한가득 가방에 담고

공항에 내렸다. 해안가 작고 아담한

숙소에 들어서니 여기구나,

마음이 놓였다.

잘 쉬다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네.

한 달 일정 중 예약은 3곳만 했다.

유명한 식당 2곳, 전시장 1곳.

예전처럼 스케줄에 쫓겨

바쁘게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러길 잘한 것 같았다.


K는 아침마다 바닷가를 산책했다.

매일 보는 바다지만

매번 다른 모습이 보였다.

어떤 날은 신성한 춤곡을,

다음 날은 세속적 무도곡을 추는 듯했다.

물결이 겹치고 커지고 부서지고 흩어졌다.

일렁이는 마음이 하프 선율처럼 넘실거리고

피아노 선율처럼 너울거렸다.

파도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일어나는 감정을 닮았다.

연푸른 물빛은 하얗게 질려

모래 위에 파묻혔다.


첫날은 좀 흐렸지만

그 뒤로는 쨍쨍했다.

어제는 잠시 소나기가 왔다.

K는 바다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먼 길 돌아가지 않고

하늘에서 바다로 직행하는 방울방울.

넓은 살결에 닭살처럼 돋아나는 수많은 파동들,

간지러운 듯 바다는 몸을 흔들어댔다.

갑작스러운 빗줄기에 몸은 젖었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을 마주하는 짧은 순간이 강렬했다.

생각과 행동을 잊고 눈앞의 감성에

오롯이 빠져드는 기분, 사랑이다.

비 내리는 여름 바다 한가운데서

다시 느낀 사랑.

잃었던 사랑이, 잊었던 사람이

눈가에 흘러내렸다.

알싸한 저림이 가슴을 찌르고

발끝으로 툭 떨어졌다.

손끝이 떨려오네.

비를 맞아서 감기에 걸린 걸까.


다시 해가 났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바다는 말이 없다.

보고 싶었다. 너를 닮은 해.

보고 싶다. 해를 닮은 너.

바다를 닮았다던 라벤더 향을 좋아했던 너.

바람에 파도처럼 물결치던

라벤더 언덕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맞잡은 손, 떨리던 입맞춤.


특별한 것 없는 날들의

작은 세부사항들이

빗속에서 터져 나왔다.


특별한 것 없는 날들의 세부 사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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